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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니 Jun 27. 2021

관계 다이어트 이후 해야 할 일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영어제목 : Growing Young)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10년 넘게 알고 지내던 친구 3명과 손절했다. 또 관련되었던 친구(이자 날 짝사랑했던 그)와도 연락하지 않는다. 그 일 이후 곧바로 코로나가 닥쳤고 또 몇 개월이 지나서 독립을 하여 혼자 살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는 스스로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화상영어 튜터들이 "이번 주말엔 뭐해?" 라던가 "저번 주에 뭔가 특별한 일이 있었니?"라며 프리토킹을 시작할 때면 할 말이 없어서 곤란하다. 매주 주말에 혼자 집에만 있고, 평일에도 특별한 일 없이 회사와 집만 왕복하기 때문이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매주 두 번씩 본가에 가서 밥을 먹긴 하지만, 손절 사건과 코로나를 거치면서 나는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거나 먼저 연락하는 일이 좀처럼 줄었다. 원래도 먼저 누군가에게 연락하는 일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두려워졌다. '이 사람이 내 연락을 달가워할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게다가 MBTI 검사 결과에 따르면 나는 INFJ인데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선호하고, 마음의 문을 여는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속으로 지켜보다가 아닌 것 같은 사람에게는 문을 굳게 닫고 좀처럼 다시 열어주지 않는 성향이다. ‘손절 요정’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이니 얼마나 사람들에게 선을 분명히 그어대는 성격인지 알만도 하다.


한때 관계 다이어트가 유행이었다. 그때 즈음 브런치에서도 비슷한 주제의 글들이 많이 보였다. 아니면 내가 그런 종류만 찾아봤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생각하거나, 이용가치가 있어서 옆에 두는 그런 친구들과의 관계를 끊어야 하고 차라리 혼자인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류의 영상과 글들을 많이 봤다. 그리고 그 말은 어느 정도 맞다.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이 책의 저자 마르타 자라스카는 건강하게 100세 이상 살고 싶어 한다. 그녀는 정정하게 100세 이상 산 사람들을 조사했다. 또 옥시토신을 비롯한 장수에 도움이 되는 여러 호르몬, 신경물질에 대한 실험을 정리하여 이 책을 썼다. 왜 굳이 그렇게 오래 살고 싶은지는 의문이지만 '건강하게 나이를 먹고 아프지 않게 살다가 죽는 것'에 대한 욕구에는 공감하는 바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은 식단을 유지하고 열심히 운동하는 것과 다소 좋지 못한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지만 주변 사람들과 원만하고 행복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의 장수 가능성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혹은 후자가  건강하고 오래 살지도 모르겠다. 좋은 식단을 유지하고 운동을 하며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라면 건강한 100 장수는 쉬울 수도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책은  당연한 말의 근거로 여러 자료들을 제시한다. 나름 쉽게 설명이 되어있어서 의학적, 과학적 지식이 없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있었다.


이 책을 전체 내용은 159p에 잘 요약되어있다.

단백질 분말, 값비싼 유기농 식품, 기적의 식품(기적은 없다)은 잊어버려라. 종합비타민 섭취를 멈춰라. 로제토 마을 사람들처럼 이웃과 함께 수다를 떠는 게 부작용도 없으면서 건강에 더 좋다. 건강 측정기는 떼 버려라. 공동체 텃밭에 참여하는 게 더 낫다. 좀 과체중이더라도 체중 감량에 대한 집착을 멈춰라. 사회성을 기르고 마음을 챙기는 일이 수명 연장에 훨씬 더 중요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봤다. 성격상 불필요한 대화를 싫어하고, 밖에 나가는 것은 에너지를 빼앗기는 사람이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얼마나 노력을 해봤는지 생각했다. 나에게 해가 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한 것은 좋은데, 남은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경제적 풍파를 거치며 서로에게 소원해진 가족들에게 얼마나 살갑게 구는 딸이자 누나였는지. 친하진 않아도 알고 지내는 사람들에게 항상 선을 긋고 경계하지는 않았는지.


불필요한 관계를 끊어낸 이후에 내가 해야 할 일은 남은 사람들과 더 돈독하고 행복하게 지내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또 새로운 사람들을 경계하며 단점을 찾을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좋은 친구를 더 얻는 것, 그것만이 외로움에서 오는 병을 예방하고(혹은 이겨내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이다.




PS. 책을 읽으면서 유튜브에서 우연히 봤던 EBS 다큐 '장수의 비밀-하늘 밑 단 한 사람 그대'가 떠올랐다. 참 보기 좋은 노부부 이야기인데 두 분의 금실이 좋으시고, 할아버지는 100세까지 농사로 돈을 벌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고 하셨다. 책에 의하면 행복한 결혼생활, 봉사활동은 오래 살 수 있는 비결이다. 다큐에서도 장수의 비결로 좋은 금실과 삶의 목표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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