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단상 2020년 11월호
나는 뽐내기에 나가 꽤 많은 노래들을 불렀는데, 지금 떠오르는 곡들을 나열해 보자면 야다의 슬픈 다짐, 팀의 사랑합니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말 사랑했을까, 이적의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가 있다. 다른 곡들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특히나 이적의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는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 곡을 처음 뽐내기 오디션을 볼 때 불렀었고, 나중에 장원을 하게 될 때도 이곡을 불렀기 때문이다.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곡이어서 계속 아껴두었는데, 이제 정말 마지막으로 참가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 노래를 부른 후 방송 부스를 나오는 나를 향해 방송부원들이 다들 박수를 쳐주었던 기억이 난다. 드디어 장원이라고.
장원이 되면 기쁘기만 할 줄 알았는데, 막상 장원이 되자 시원하면서도 씁쓸했다. 매주 점심시간이면 오던 방송부에 이제 걸음 할 일이 없어졌으니까. 방송부원들도 약간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 또한 매주 보던 나를 보지 못한다는 게 시원섭섭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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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뽐내기에서 장원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뽐내기 프로그램이 폐지되었다. 매주 점심시간을 함께 했던 프로그램을 떠나보낸다는 생각에 아쉽고 섭섭했다. 연예인들이 고정으로 출연하던 프로그램이 폐지되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매주 보다 보니 방송부 선배와도 친해졌었는데, 폐지 이유가 궁금해서 그 선배가 타키(세이클럽 메신저)에 접속했을 때 말을 걸었다. 왜 폐지되었냐고 물었더니, 선배는 명료하게 말했다. “네가 없으니까. 사람들도 왜 이제 석류는 안 나오냐고 물어봐.” 그 대답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나를 위해 만든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출연진 중에 나와 가장 오래 함께 했기에 내가 마치 그 프로그램의 상징이라도 된 것 같았다.
그때는 너무 황송한 느낌이라 몸 둘 바를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뽐내기는 큰 의미였다. 전교생에게 석류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던 프로그램이니까. 용기 있게 매주 노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들려준 걸 보면 관종끼가 장난 아니었구나 싶기도 하고, 될 때까지 부딪혀보자는 끈기도 참 대단하다 싶기도 하다. 실제로 참가자 중에 어떤 애들은 여러 번 참가해도 장원이 되지 않자 포기한 애들도 많았다.
그러한 시간들이 퇴적물처럼 쌓여서일까. 훗날 나는 슈퍼스타K 제주 지역 오디션에도 나가게 된다. 그때는 전혀 알 수 없었던, 미래의 모습을 더 먼 미래의 내가 바라보며 웃고 있다.
아, 폐지가 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쇼미더머니에도 나가고 싶다. 사실 전부터 나가고 싶었지만, 자작 랩을 한 줄 밖에 못 쓰는 바람에 예선도 참가하지 못했던 게 아쉽다. 세상은 넓고 오디션 참가는 떨리지만 재밌다.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에 큰 자극이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러므로 나의 오디션 참가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