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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Mar 27. 2024

2023. 11. 16

2부 6화

 

 퇴근 후 대전으로 돌아와 아웃소싱 업체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파트를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었다.     


“혹시 잠시 통화 가능하세요?”

“네. 가능해요. 무슨 일인가요?”

“혹시 파트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을까요?”

“일이 힘들어서 그런 건가요? 아니면, 사람이 짜증 나게 하나요?”   

  

 단 번에 그렇게 묻는 팀장의 말에 이렇게 옮겨달라고 연락을 한 게 내가 처음이 아니구나를 알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견디지 못하고 다른 파트로 옮겨달라고 말했으면, 사람이 짜증 나는 건지를 물어볼까.  

   

“일이 힘든 건 각오해서 괜찮은데, 사람이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파트로 옮기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출근하시면 다른 데로 옮겨 드릴게요.”     


 다행이었다. 다른 파트로 옮기면 지금처럼 울면서 일하는 일은 없겠지. 안도하며 나는 몇 시간 후의 출근을 위해 잠시라도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     


 출근을 위해 통근 버스를 탔더니 아웃소싱 팀장에게 전화가 왔다. 파트를 옮기려면 반장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데, 반장이 보고를 받고 나에게 따로 연락을 한 번 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전해왔다. 반장이 곧 연락할 테니, 이야기 나눠보고 알려 달라길래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반장에게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혹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길래, 상세한 설명을 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코딩을 잘하고 싶은데, 아직 일 한지 며칠 되지 않아서 서툴러서 그런지 그게 쉽지가 않아서 놓치는 게 많은데 그것 때문에 혼이 자꾸 나니까 주눅이 들어서 실수를 안 할 것도 하게 된다고. 나도 잘하고 싶지만, 그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심적으로 힘들다고도.     


 내 메시지를 읽은 반장은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본인이 다 해결해 줄 테니 다른 데로 옮기지 말고 돌아오라고 했다. 그래서 일단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처음이니까 한 번은 속는 셈 치고 믿어보기로 했다.    

  

 반장이 정말 해결을 해준다면, 계속 그 파트에서 일하면 될 것이고 해결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때는 진짜 다른 데로 옮기면 되니까. 반장과 연락을 주고받은 후, 아웃소싱 팀장에게 경과보고를 했더니 그가 말했다. 다음번에도 그런 일이 생기면 알려달라고. 다른 파트로 옮겨주겠다고. 다음에는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만약 생기게 된다면 정말 옮겨야겠다고 결심하며 통근 버스 안에서 어두워진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     


 정말 해결이 될 것인지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출근해서, 하차 분류를 하고 있는 내 옆으로 반장이 다가오더니 말했다.     


“저 아저씨가 그랬죠?”     


 나는 누구라고 특정 지어 말하지도 않았는데, 반장은 바로 누군지 알아챘다는 게 신기했다. 내가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니, 반장이 말을 덧붙였다. 저 아저씨가 항상 사람들한테 소리를 많이 질러서 문제라고. 자기가 혼내줄 테니까 너무 걱정 말라고.     


 정말 반장이 혼이라도 내준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 아저씨는 이제 나를 향해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사실, 그 아저씨 말고도 텃세를 부리던 두 명의 남자들이 더 있었지만, 그 아저씨가 조용해지자 그들도 더 이상 나에게 텃세를 부리지 않았다. 마치 눈치라도 보는 듯이 내 주변을 맴돌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텃세를 부리는 사람도 잠잠해지니 이제야 숨을 쉴 수 있는 느낌이 들었다. 며칠 동안 입맛도 없었는데, 사라진 입맛도 생기는 것 같았다.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사람이 힘들게 하는 것만큼 괴로운 게 없다는 걸 새삼 깨달은 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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