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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Apr 01. 2024

2023. 11. 20 - 2023. 11. 22

2부 8화


2023. 11. 20     


 처음으로 해보는 월요일 근무. ‘월요일은 정말 힘들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퇴근했다. 15시간 30분을 일하고 퇴근하게 될 줄은 몰랐다. 현장 가동 시간이 6시였는데, 다음날 오전 9시 30분에 퇴근을 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다른 날의 평균 근무 시간도 기본 12시간이라서 긴 편인데, 월요일은 상상을 초월했다. 영하의 날씨에서 15시간 넘게 일하다 보니 꽁꽁 얼어붙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긴 근무 시간 때문인지는 몰라도, 빵이랑 초코우유를 간식으로 새벽 5시쯤에 나눠주었다.     


 배가 고파서 트럭이 빠지고, 다음 트럭이 들어오는 틈을 타서 빵을 허겁지겁 먹었는데 기분이 묘했다. 하필이면 빵이 삼립 크림단팥빵이었으니까. 내 돈 주고는 절대 SPC를 소비하지 않는데, 여기서 SPC빵을 먹게 될 줄은 몰랐다.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 몰았던 회사에서 만든 빵을, 노동자를 기계의 부품처럼 굴리는 곳에서 먹게 되다니. 죄책감과 함께 씁쓸해졌다.     


-     


2023. 11. 21     


 3시간 30분을 자고 다시 출근했다. 매주 안전 관리 우수반을 선정해서 소박한 선물을 주는 모양인데, 이번주는 내가 속한 하차반이 안전 관리 우수반으로 선정돼서 조악한 프린팅으로 코팅된 쿠폰을 받았다. 그걸 선물 교환 부스에 가지고 가서 원하는 걸 고른 후 내밀면 된다고 했다.      


 내가 선택한 선물은 붙이는 핫팩이었다. 라면도 있고, 귀도리도 있고 여러 가지 상품이 있었지만 핫팩만큼 유용한 건 없어 보였다. 추운 날씨에 현장에서 바로 사용하려면 핫팩이 가장 적격이었으니까.      


 식사시간에 후다닥 밥을 먹고, 버스를 내리는 곳에 위치한 선물 교환 부스에서 핫팩을 받았다. 핫팩을 받고 일하던 자리로 돌아가면서 이러한 기본적인 물품도 선물이라는 명목하에 주는 걸 보며, C사는 양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은 최소 겨울에 핫팩이라도 제공하니까.     


-     


2023. 11. 22     


 건강검진을 받았다. 일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검진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심지어 검진 날짜도 지정되어 있었다. 오늘이 그 지정일이었다. 검진은 출근해서 2층 안전 교육장에서 받으면 된다고 했다.

     

 검진을 받지 않으면 추후에 출근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해서 지정된 날짜에 받아야만 했다. 검진 때문에라도 검진날은 무조건 출근을 해야 하는 게 당황스러웠지만, 지정 병원이 아닌 출근해서 검진을 시행한다는 점이 그나마 편한 점이었다.     


 검진은 출장 나온 백제병원 의사들이 봐주었다. 문진표를 작성하고, 키와 몸무게를 잰 후, 허리둘레 측정, 시력검사, 청각 검사, 혈압 측정, 소변검사, 채혈, 의사 소견을 듣고 난 후 1층으로 내려가 바깥에 위치한 이동형 버스에서 흉부 엑스레이를 촬영하면 건강 검진은 끝난다.     


 왜 출장형으로 건강 검진을 시행하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한 지역이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옥천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전국구로 통근 버스를 운행하니까.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각지에서 사람들이 오는데 지정 병원 형태로 하면 다른 지역에서 오는 사람은 검진 때문에 일부러 충청도까지 와야 하는 애로 사항이 생기니 출장형을 택한 듯했다. 출장형을 택한 건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건강 검진을 하기에 앞서 기본적인 처우나 좀 개선되면 좋겠다. 여자 화장실에는 식사 시간을 기점으로 휴지도 없고, 세면대에는 찬물만 나오는데 그런 건 왜 안 고쳐 줄까. 게다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교대 시간도 마찬가지다.     


 야간 근무자 건강 검진으로 기본적인 건 다 하고 있다고 명분을 내세우기 전에 기본적인 사항부터 잘 처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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