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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Apr 15. 2024

2024. 01. 01

2부 14화

 

 크리스마스를 옥천에서 보내게 될 줄도 몰랐지만, 새해의 첫 날도 옥천에서 보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새해의 첫날이라서 그런지 오늘은 출근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리들이 외국인들로 채워졌다.     


 현장 가동 시간이 오늘은 5시여서, 진주에서 2시 10분에 통근 버스가 출발했다. 다들 5시에 일 시작하는 건 처음 본다는데, 도대체 얼마나 오래 일을 시키려고 5시에 시작하나 싶어서 두려웠다.     


 숙련자들이 대부분 쉬어서 그런지 오늘은 교대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하차는 2인 1조기 때문에 둘이서 돌아가면서 한 번씩 잠시 쉬고 오면 되지만, 분류자는 누군가 교대를 해주지 않으면 쉴 수가 없는 상황이라 당황스러웠다.     


 12시간 30분 동안 고작 두 번의 교대만 있었다. 10시와 새벽 2시 30분. 거의 6시간 간격으로 한 번만 쉰 격인데, 보통 때도 교대 시간이 정확하게 들어맞지는 않지만 휴게시간으로 정해진 게 30분이기에 10분씩 총 3번의 교대는 해준다. 그런데, 오늘은 그것마저도 맞지 않게 된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하차 파트너도 러시아와 미얀마 사람들이라 말도 통하지 않아서, 답답함이 가득했다. 하차를 할 때 운송장 바코드가 있는 방향으로 물건을 내려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설명을 하는 것도 애먹었고, 레일의 길이를 조정하는 리모컨 사용법도 설명하기 힘들고, 돌아가면서 한 명씩 쉬고 오라고 알려주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들이 한국어를 할 줄 몰라서 파파고를 계속 돌려야만 했는데, 정말 이들이 아예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건지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아예 한국어를 모른다면 여기에 일하러 올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으니까.     


 우여곡절 끝에 3시 20분에 마지막 하차를 마치고, 상차 쪽으로 가서 상차를 돕다가 반장이 불러서 다시 하차대로 돌아왔더니 4번 레일에서 분류를 하라고 했다. 하차대에는 5번 레일까지 있는데, 1번부터 3번까지는 층이 똑같지만 4번과 5번은 층을 반대로 분류해야 한다. 3층이 2층이고, 2층이 3층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4번에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헷갈려서 잘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도 내가 주로 분류하는 2번 레일에 비하면 확연히 속도가 느려서 무사히 분류를 할 수 있었다. 4번 레일에서 트럭도 한 대 쳐내고, 소형 상품이 담긴 마대 자루 분류까지 마치고 나니 그제야 정말 하차대의 모든 하차가 끝났다.     


 언제나 그렇듯이, 하차가 끝났다고 해서 모든 업무가 끝난 게 아니기에 상차를 도우러 가야 했다. 상차를 돕고 새벽 5시 30분에 퇴근했다. 새해의 첫날부터 빡세게 보냈더니 온몸이 노곤 노곤 해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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