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았다. 마지막 근무일을 보낸 동료가 남긴 마지막 메일이었다.
퇴사를 공식적으로 알린 지 한 달 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동기 직원들이 퇴사하기도 했고 업무적으로 알게 된 사람이 퇴사하기도 했으나 이렇게 가깝게, 같은 소속의 동료가 퇴사하기는 처음이었다. 항상 본인이 부족하다며 맡은 바 소임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는 분이었다. "그렇게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으셔도 된다."라고 옆에서 조언했지만 아마도 천성이라고 해야 할지, 무엇인가를 믿고 부탁드릴 수 있는 분이었지만 동시에 스스로 업무 역량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분이라서 안쓰러울 때가 많았다.
퇴사를 고백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도 "두고 떠나서 미안하다."였다. 아니, 그러실 필요 없다. 일이 힘든 건 그분의 책임이 아니라 누차 말씀드렸고 알겠다고 대답도 하셨지만 아마도 아직까지 미안한 마음이 줄어들지 않았던 것 같다.
동료가 퇴사를 했다는 사실에 대해 슬픔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아무렇지 않지도 않은 이런 기분. 싱숭생숭하다는 말이 지금 내 기분을 설명하는 적합한 표현이 될까? 그분은 그동안 퇴사 준비를 분주하게 했지만 이번에도 정리할 거리들이 많이 남아서 사무실에서 가장 늦게까지 남아서 퇴근하면서 메일을 남기셨고 나는 그 메일을 다음날이 되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메일 제목을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은 '마침내 그날이 오기는 오는구나... 싶었다.'
오늘은 남겨진 메일을 보면서 싱숭생숭함을 느끼지만 아마 다음 주에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빈자리를 보면서 또 무상함을 느끼지 않을까?
메일에 적혀있는 "지난 며칠간 회사를 오가며 바라본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고,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는 문장이 마음에 남는다. 그분은 이제 이 길을 걷지 않는다. 나는 언제까지 이 길을 걸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