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3년차 암환자의 회고록
와, 정말 딱 3년 전이다.
2021년 12월 16일.
9시에 어김없이 노트북 앞에 앉아 일을 시작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뭐해요? 빨리 큰 산부인과 병원가서 이거 결과지 들고 응급수술 해 달라고 하세요!"
3일 전쯤 새벽에 진짜 미친듯이 배가 아파서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3시간 후 거짓말같이 말짱해진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다음날 동내 내과에 가서 한 CT촬영 결과가 나온 거다.
일하는 시간 외에 피곤하고 잠이 계속 자고 싶은 내 몸 상태는 완벽히 무시한지 몇 달이 되어가던 중었다.
그와 함께 거의 2달간 멈추지 않았던 설사와 변비를 장염이라고 생각하고 '왜이렇게 장염이 오래가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약을 처방받으러 다니던 동내 내과 의사 선생님의 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아주 다급했다.
그런데 나는 그 때 그 말을 듣고도 내 건강이 우선이 아니었다.
"선생님, 저 지금 일하는데요..? 혹시 좀 미룰 수 있나요?"
의사 선생님은 아주 답답하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네?? 지금 일이 중요한게 아니에요!! 난소에 뭐가 떡이 되어 있다니까요!"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아파서 일을 못해요" 라고 이야기하면 정말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심지어 몇달 전 대상포진이 걸렸어도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일을 했으니까.
(나중에 대상포진이 면역력이 떨어져서 걸리는 거라는 걸 알았을 때조차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그 때의 나는 일이 정말 좋았다.
의사 선생님의 전화를 끊고 내가 그 당시 이사 겸 교육원장으로 일을 하던 마케팅 교육 회사의 대표님께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저 죄송한데... 오늘 제가 병원에 가서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한대요."
대표님께 전화를 걸고 난 후 바로 병원으로 가서 CT결과지를 들고 가장 가까운 큰 산부인과 병원에 갔다.
우려와 달리 대표님은 얼른 병원에 가라고 하셨다.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급하게 향하는 도중에도 내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들로 가득했다.
'아.. 오늘 이거 끝내야 하는데.
오늘 전화하기로 한 수강생들은 어쩌지?
아, 이거 피드백 줘야 하는데.
이거 지금 전달해야 그 수강생이 바로 적용해서 매출 낼 수 있을텐데..'
그래서 가장 먼저 챙긴 병원 짐도 노트북과 충전기, 핸드폰 보조배터리였다.
당연하게 병원에서도 일을 할 생각이었으니까.
산부인과에 가니 떡이 되어있다던 내 난소는 '난소가 꼬여있는 것으로 보이니 바로 수술하자'고 했다. 난소염전이라는 말을 나는 그 때 처음 알았다.
내가 그 때 뭘 생각했냐면...
'꼬여있으니 풀면 되겠네!'라는 정말 단순한 생각을 했다.
꼬인건 풀면 끝이라는 그런 생각.
왜 난소가 꼬이게 된 건지, 앞으로 내가 뭘 조심해야 하는지는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내 몸 건강에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얼떨결에 수술대 위에 올랐다.
난생 처음 올라가는 수술대였지만, 내 머릿속에는 이게 그렇게 큰 일이 아니었다.
수술을 마치고 보호자로 옆에 있어준 엄마랑 몇일간 병원에서 수다를 떨었다.
코로나가 심했던 시기라 1명의 상주 보호자만 병원에 같이 있을 수 있던 때였다.
“엄마, 이렇게 엄마랑 단둘이 있는게 얼마만이야..!
병원에서 있으니까 이런건 좋다. 아무것도 안하고 쉬는게 진짜 좋다."
그렇게 엄마랑 병원에서 시간을 가득 보내고,
노트북으로 일을 했다.
아무도 나에게 '너 지금 일을 해야해'라고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는데, 나에게는 그게 너무 당연했다.
그렇게 수술 후 일주일간 회복을 한 뒤 들어간 산부인과 진료실에서 엄마랑 나는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들었다.
“난소에 혹이 있어서 떼고 조직 검사 결과를 했는데 이건 더 큰 병원으로 가셔야 해요.”
이 말 뒤에 이어지는 말을 듣고 나는 진료실에서 문밖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을 정도로 펑펑 울었는데, 우는 나를 보고 간호사 선생님이 같이 울었다.
그게 무슨 말이었냐면..
“떼어낸 혹을 조직 검사 결과를 했는데 암이에요.
그런데 암이 난소암인지 아닌지 다른데서 온건지는 저희 병원에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이건 더 큰 병원으로 가셔야 해요.”
그게 딱 크리스마스 2일 전이었다.
(다음 글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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