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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간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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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한 나라의 주민A Sep 01. 2022

인간 성분표

산소 56.1%와 탄소 28%. 수소 9.3%, 질소 2%, 칼슘 1.5%. 염소와 인 1% 외 기타 1.1%. 아라카와 히로무 작가의 유명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주인공 엘릭 형제는 죽은 어머니를 되살리기 위해 인체의 구성 성분을 준비해 그녀의 연성을 시도한다. 결과는 대실패. 인간을 물질로 규정하고 영혼의 존재를 간과했던 그들은 그 대가로 어머니가 아닌 살덩이가 꿈틀거리는 끔찍한 괴물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그들의 무모한 행동에 책임을 물을 수는 있어도 실패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연금술사인 그들이 인간을 물질로 정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사물에 대한 관점이 존재를 정의한다. 야구에서는 타자의 타격 정확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타율을 사용하며 그것이 높을수록 강타자로 인정받는다. 타율이 3할이면 프로 중에서도 준수한 편이다. 3.1할이면 팀 내 핵심타자가 될 수 있고, 3.6할 이상이면 리그를 지배하는 최고의 타자로 불리게 된다. 인생에서 당신은 몇 할 타자인가. 대학 입시에 미끄러져서, 취업에 실패해서, 친구가 없어서 실패자라 불린 적이 있는가. 스스로를 패배자라 여기며 비루한 골목을 걷지 않았나. 성공 36%에 실패 64%. 이것이 3.6할 타자의 성분표다. 성공보다 두 배는 큰 실패의 몸집을 가지고도 그들이 최고라 불릴 수 있는 건 실패를 결정적 한 방을 위한 포석으로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허공을 울리는 그들 방망이의 궤적을 공허한 한숨이 아닌 승리를 향한 전주곡으로 듣기 때문이다. 왜 인간의 실패는 이렇게 볼 수 없는가?     


  경천동지 할 천재라도 시행착오 없이는 결과를 낼 수 없다. 실패는 유보된 승리다. 실패는 결과물이 아닌 성공의 구성 성분이다. 당신은 실패자 일지는 몰라도 패배자는 아니다. 인간은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는다. 우리 집 선반에서 가장 귀한 몸인 트러플오일 양반의 트러플 함유량은 2%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혼자서 비싼 티는 다 내고 있다. 심지어 게맛살에는 게살이 아예 들어 있지도 않은데 당당히 집게발 모양을 하고 있다. 한 줌의 성공이 어떻단 말인가. 광맥에 고명으로 뿌려진 금처럼 본래 귀한 것은 한 줌도 되지 않는다. 금을 캐낸 적이 없다 한들 어떠한가. 성실의 은, 우직한 구리, 슬픔의 옥 또한 당신이라는 인간의 소산이자 자부심이다.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로, 좌절을 영광의 아버지로 받들어 그것들로 뼈를 굽고 장기를 빚어내자. 겨울은 봄의 뿌리고 얼어보지 않고 녹는 땅은 없다. 당신을 비굴한 패자(敗者)가 아닌 삶을 제패할 패자(霸者)라 부르라. 그러지 못하고 체념으로 목이 매일때 당신의 안에서는 괴물이 태어나고 말 것이다. 엘릭 형제가 만든 괴물처럼 당신을 어두운 수렁으로 끌어내릴 괴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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