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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간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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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한 나라의 주민A Sep 02. 2022

청춘의 언어

인간은 태어나서 가장 먼저 언어의 싹을 틔운다. 양수에 잠긴 까만 정적을 깨는 신생아의 울음소리. 그것은 탄생의 기적소리, 생명의 언어다. 수천, 수만 번의 옹알이 끝에야 마침내 결실을 맺는 아빠, 엄마, 두 마디. 그것은 관계의 언어다. 아기가 자신을 돌보는 이를 부모라 말할 때 둘 사이의 관계에는 특별한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그 고백을 통해 돌봄의 관계는 가족의 관계로 도약한다. 언어는 존재의 촉매다.    

 

  인간에게는 언어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청춘에게도 언어가 필요하다. 푸를 청(靑)자에 봄 춘(春), 새싹이 돋는 봄철이라는 뜻의 청춘(靑春). 봄의 본질은 굳은 것을 깨는 데 있다. 겨울의 창백한 정적을 깨고 만물을 지저귀게 하는 것, 얼어붙은 땅을 깨서 새싹을 돋아나게 하는 것이 봄이다. 청춘의 언어는 봄과 닮아있다. 죽음과 같은 침묵을 깨는 목소리, 녹이 슨 관습을 깨는 과감한 결단이 청춘의 언어다.    

 

  2020년 11월, 손끝에 서리가 낄 만큼 시린 겨울이었다. 밖에서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얼어붙은 잠을 자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다 우연히 그 아이를 본 동생은 집으로 돌아가 삽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는 동장군이 두들겨 단련시킨 단단한 땅을 삽 끝으로 깨기 시작했다. 무심한 내 마음을 사정없이 쪼는 듯했다. 그는 새끼 고양이를 땅에 누이고 흙으로 이불을 덮어주었다. 나는 그의 무언의 행위에서 청춘의 언어를 보았다. 그 일이 있은 뒤부터는 가엾은 작은 것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는 않고 있다. 그들을 쉴 수 있는 평온한 곳으로 옮겨주고 명복을 비는 짧은 기도를 올린다.     


  이 세상 모든 청춘에게 청춘의 언어가 깃들기를. 그리하여 세상이 겨울에서 깨어나 봄을, 사회가 어두운 잠에서 깨어나 밝은 내일을 맞이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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