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이 아이 넷을 낳아 키우면서 덕분에 음식 하나만큼은 어떤 재료가 앞에 있어도 대충이라도 맛을 내게 되었으니 참 다행이다. 손 맛은 있는지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들과 지인들의 칭찬 덕분에 반찬 사업도 해보았고, 음식 상품도 개발하고, 행사 컨셉에 맞는 푸드 큐레이션과 강의까지 하며 주머니를 채우며 살고 있다.
서투름이 익숙함이 되기까지 30년이 되어간다. 아직도 내 앞에 닥치는 일마다 즐기기보다는 잘해 낼 수 있을까를 걱정하며 보내지만 처음보다는 그다음이, 그다음이 지나면서 시간을 더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깊은 바닷속에서 고래가 꾸는 꿈은 그 어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만큼 간절하고 절실할 수 있다. 하루아침에 쓴 맛이 단 맛으로 느껴질 수 없겠지만 시간을 들여 천천히 스며들다 보면 조금씩 달게 느껴지는 때가 오겠지라는 희망을 갖으며 고래처럼 깊은 바다처럼 매일의 일상에 다가선다.
냉장고를 정리하면서 야채칸에서 뒹굴던 자투리 채소들을 모아 잡채를 만들었다. 남은 채소들을 한 번에 해치우기에 제격인 우리 집 잡채는 매번 재료가 달라진다. 그래도 기본으로 들아가는 양념이 거의 같으니 비슷한 맛을 내지만 어느 때는 청양고추가 많이 들어가서 입 안이 얼얼할 만큼 맵기도 하고 어느 때는 해풍 맞은 섬초 나물을 넣어 씹을수록 달달한 향내가 나는 잡채가 되기도 한다. 우엉채가 이 자리 저 자리 갈 길을 찾아 헤맬 때는 우엉 잡채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유독 잡채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엄마 오늘은 잡채가 왜 이래? " 시큰둥해하며 젓가락질을 멈출 때도 있었다. 그렇게 반찬 투정하며 입 맛 까다로운 아이들 덕분에 어쩌면 부지런히 연습이 되어 음식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어제저녁에 만든 잡채도 몇 번 집어 먹고는 '아이참, 오늘 잡채는 왜 이래? ' 나도 아이들처럼 조용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만들어 놓은 맛간장 똑 떨어져 양조간장과 마스코바도 설탕을 넣은 탓인지 사나워진 맛이랄까? 깔끔한 잡채를 좋아하는데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