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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이 Dec 14. 2023

Chap.14 두 번째 배농과 백내장 초기 진단

또 한 번의 배농과 백내장 초기 진단, 생물학적제제의 연기

생리하기 전부터 느낌이 안좋았다. 10월달에 피임약을 한 번 복용을 했다가 11월에는 먹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11월 말쯤에 생리를 시작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 생리는 안나오는데 생리통은 심해서 배가 아팠다. 12월이 조금 지나서야 생리가 터졌다. 생리를 하기 1-2일 전에 왼쪽 겨드랑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부어오르면서 멍울이 잡혔다. 이전에도 이렇게 겨드랑이가 붓고 멍울이 잡힌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생리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어째 조짐이 그렇게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생리를 하는 동안에 생리통+겨드랑이 통증의 이중콤보를 당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왼쪽 겨드랑이를 거의 펼 수가 없을 정도로 아파서 병원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빠지기가 힘들었다. 화요일에 병원에 전화했더니 당일진료는 목요일이 된다고 했고 토요일은 환자가 많아서 힘들다고 했다. 속으로 완전 '이거 완전.. X됐구나!' 싶었다. 수요일에 다시 병원에 전화했더니 다른 간호사분이 받으셨고 토요일에 당일진료가 된다고 했다. 그리고 순천향대 앱을 봤더니 토요일에 마침 한 자리가 생겨서 얼른 예약을 했다. 그런데 생리가 거의 끝나가기 시작하면서 붓기가 가라앉아 통증도 내려가 병원을 가지 말까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손으로 만져 보니까 농이 차서 배농을 해야할 것 같기도 해서 그냥 가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12월 9일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병원을 향했다. 류마티스 내과 진료가 다음주 화요일에 있었고 잠복결핵 검사도 예정되어 있어서 류마티스 내과를 먼저 들려 간호사에게 피검사를 오늘 해도 되는지 미리 물어봤다. 해도 된다고 해서 채혈실로 가서 피를 6통 정도 뽑은 다음에 피부과를 갔다. 접수를 하고 있는데 마침 처치실에서 나오는 피부과 선생님을 만났다. 이제 병원을 오래 다녀서 그런가 의사 선생님이 내 얼굴을 보자마자 바로 아셨다..ㅋㅋ 예전에 아산병원을 그렇게 오래 다녔을 때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교수님이 보자마자 오늘 왜 온거냐며 심해져서 온거냐고 물어보셨고 내가 왼쪽이 좀 부었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진료가 밀리지 않아서 예약시간보다 빠르게 처치실로 들어갔다. 교수님이랑 레지던트 선생님이랑 같이 뭔가를 얘기중이셨는데 세브란스 어쩌고 저쩌고 해서 나는 다른 환자 얘기인줄 알았는데 그게 내 얘기였다!! 교수님이 생각보다 내가 빨리 왔다며 병변을 확인한 다음에 그간 있었던 얘기를 해주셨다. 학회를 다녀왔는데 세브란스 병원에서 여러 병을 복합적으로 가진 환자를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같은 경우는 논문을 찾아봐도 케이스가 거의 없다시피해서 특이 케이스고, 그래서 내가 연구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교수님은 내가 건선이 그렇게 심하지 않고 한선염도 완전히 심각한 중증이라고 볼 수 없고 척추염도 있고 한데 이런 경우 무슨 신드롬(?) 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세브란스 쪽에 한 번 물어보겠다면서 유전자 검사를 하는데  돈이 드는지 아니면 연구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속으로 '아.. 내가 완전 연구대상이 되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교수님이 말하는걸 들으면서 예전에 생물학 수업 들었을 때 DNA를 시퀀싱해서 사람 유전자를 찾아낸다는 내용이 떠올랐다.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세브란스에서 했다는게 이런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서 이미 인간 유전자는 다 나온 상태인데 유전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완전히 다 밝혀진게 아니다. 그러니까 유전자 분석을 통해서 어떤 유전자가 뭘 발병하고 나같은 케이스가 어떤 경우인지 알아보겠다는 말이 아닌가 싶다. 관련 논문을 좀 보고 싶은데 이제 학회에서 발표되었으니 논문으로는 더 있어야 볼 수 있을 것 같다. 


교수님과 얘기할 때 자기가 논문을 본 케이스에서 무슨 신드롬이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여드름이 심한편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여드름이 거의 없는편이다. 건선성 관절염과 화농성 한선염이 같이 있는 경우를 나 또한 논문을 찾아서 봤는데 구체적으로 유전자적으로 연구를 한게 아니라 사례연구에 불과했다. 원인을 찾기 보다는 "이런 환자 케이스도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거나 대규모의 연구를 통해서 두 가지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는 정도였다. 


교수님 얘기를 듣고나서 나도 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심란한 부분도 컸다. 우선 나같은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한 번 놀랐고, 교수님의 연구열정에 놀랐다. 사실 류마내과 선생님은 그렇게 큰 관심이 없는데 피부과 선생님은 관심이 많으시고 열정도 많으신것 같다. 진료 스타일도 두 분이 많이 다르시다. 연구에 의지가 있으면 당연히 이런쪽으로 생각이 들고, 나도 예전에 연구실에 있었던 경험이 있어서 교수님의 연구의지에는 감탄이 나왔다. 한편으로는 특이 케이스가 되는 유전자를 발견해서 신드롬이 하나 딱 생긴다면 좀 심란할 것 같다. 하필 왜 그게 나란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리고 유전자 분석을 한다면 그 사람들이 정말 내 유전자를 잘 보관하고 연구윤리를 잘 지키면서 관리를 할지도 의구심이 들었다. 의외로 연구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인성이 개판인 사람들도 많다. 네이처와 같은 유명 논문지를 봐도 포토샵으로 연구결과를 위조해서 적발된 케이스도 있고 예전에 일본에서 노벨상감이라고 언론 뉴스를 탔던 어떤 과학자는 연구결과가 위조였다는게 밝혀졌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배드닥터"와 같은 프로그램도 보면 허무맹랑한 소리에 과학계가 입을 다물고 있다가 나중에 사람이 죽고 나서야 조사를 하고, 의사에 대해 약한 처벌이 내려지는 것을 봤더니 괜히 이런 연구를 진행하는게 좀 꺼려졌다. 우선 담 진료때 얘기를 좀 더 나눠봐야 할 것 같다. 




피부과에서 배농을 조금 했으나 금방 아물었다. 이번에도 훌그램과 리팜핀을 처방받았다. 병원 진료를 본 다음날 드레싱을 하려고 거울을 봤더니 굳이 방수기능이 있는 밴드까지 붙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포비돈만 바르고 끝냈다. 교수님께서 1주일 내로 상처가 아물거라고 하셨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아물었다. 병원에서 잠복결핵 검사를 받느라 피를 좀 오래 뽑아서 그런지 팔에 피멍이 들었다. 한선염의 고름을 빼고 나니까 겨드랑이가 아니라 이제는 팔이 아팠다 -_-

화요일에 연차를 사용해서 순천향대를 다녀왔다. 피부과 교수님이 이전 건선 이력을 보고 싶어 하셔서 국립중앙의료원에 전화를 했더니 너무 오래전이라 그때 찍은 사진은 없고 의무기록사본은 가능하다고 해서 사본만 떼왔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순천향대까지 가까워서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진료까지 빈 시간이 많아서 점심을 좀 먹으려고 했는데 안과를 접수하러 갔다가 검사를 먼저 하게 되었다. 길어봤자 1시간이면 검사가 다 끝날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안압재고 간단하게 시력검사하고 눈 촬영하는게 무슨 2시간 30분이나 걸렸다. 그러다 보니 류마내과 진료시간까지 다가왔다. 검사 다 끝내고 진료실 앞에 앉아있었는데 내가 본 안과 선생님은 환자가 얼마 없는지 금방 들어갔다. 젊은 선생님이 눈을 봐주셨는데 들어가자마자 어디서 눈에 백내장이 있냐는 소리를 들어봤냐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안경점 가서 검사했더니 안경사가 눈에 뭐가 있다고해서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했다.


다시 안과 선생님이 왼쪽, 오른쪽 눈을 검사하는데 왼쪽에 백내장이 조금 있다고 하셨다. 눈검사를 하시면서 어렸을 때 아토피를 앓은적이 있냐고 물어보셨다. 순간 눈에서 무슨 아토피 흔적이 있나 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스테로이드 연고를 오래 사용해서 이른 나이에 백내장이 온거라는 의미라는걸 알았다. 선생님한테 피부과에서 지속적으로 스테 국소 주사를 맞는다고 얘기를 했는데 선생님이 그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내가 렌즈를 끼고 다니는데 안구가 건조한 편인데 따로 안약을 넣지 않는다고 했더니 인공눈물을 처방해주셨다. 그리고 시력이 좋지 않아서 한 달 후에 시력검사를 하자고 하셨다.


백내장에 대해서 찾아보니까 사실 백내장 초기라고 해도 치료제는 없다고 한다. 백내장은 서서히 진행하기 때문에 한순간에 나빠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 상태가 10년을 갈지 20년을 갈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은 심해졌을 때 수술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다. 먼 미래에는 백내장 초기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안과 진료를 끝내자마자 류마내과로 향했다. 안에 들어가서 포스있는 선생님을 만났는데 교수님이 잠복결핵은 없는걸로 나타났기 때문에 다음 달에 주사제를 하는건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 주사제를 하기 위해서는 현 상태가 유지가 되어야 한다며 이걸로 담달에 자료를 넘기겠다고 하셨다. 강직성 척추염 카페에서 잠복결핵까지 하면 주사제를 하는게 사실상 확정이나 다름없다고 들었다. 나는 사실 이번 달에 생물학적제제를 할 줄 알았는데 코센틱스가 1차 치료제로 승인이 난게 내년 초라 1월에 해주겠다고 했다. 류마내과 선생님은 내가 가지고 있는 질환 건선, 화농성 한선염, 건선관절염 세 개 중에서 세 개를 다 잡기 보다는 하나를 버리고 주사제를 선택하라고 하셨다. 교수님이 추천해준건 휴미라(유플라이마), 코센틱스, 탈츠다. 교수님이 좀 휴미라를 선호하는 것 같기는 한데 이 세 개 중에서 뭘 할지 선택하라고 하셨다. 이건 아마 피부과 교수님이랑 상의를 한 다음에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생물학적제제의 권유는 류마내과 교수님이 먼저 해주셨고 이미 들은지 3개월이 되었으나 아직까지도 일부분 마음이 갈팡질팡하다. 생물학적제제를 꼭 해야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생물학적제제를 한다고 하더라도 화농성 한선염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화농성 한선염으로 승인이 난 약제는 현재 휴미라밖에 없고 코센틱스는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코센틱스를 썼다가 맞지 않으면 대안은 휴미라밖에 없다. 유럽의 경우 빔젤스라는 새로운 약제가 나왔으나 이 약이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올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휴미라와 코센틱스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코센틱스가 더 끌린다. 그 이유는 휴미라의 경우 화농성 한선염에서 사용되는 것에 비해서 건선관절염은 용량이 낮다. 용량이 차이가 좀 크면 화농성 한선염에 큰 효과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강직성 척추염 환우회를 보면 휴미라를 사용했다가 건선이 생기거나 화농성 한선염이 생긴 케이스가 있어서 다른 질병이 또 걸릴까봐 걱정된다. 이미 휴미라가 건선이나 화농성 한선염의 치료제로 쓰이는데 이 약을 쓰다가 역기능으로 인하여 오히려 새로운 질병에 걸리다니 무섭다. 코센틱스의 경우 부작용을 찾아봤지만 역으로 다른 질병이 걸렸다는 것은 보지 못했다. 다만, 코센틱스의 경우 초기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게 관건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첫 달에는 1주일에 1번씩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피부과 선생님 말로는 300mg을 얘기했던 것 같다. 코센틱스가 산정특례를 받으면 150mg 1대 당 6만 3천원 정도 하므로 2대를 처방받으면 약 12만원이고, 이걸 4주 처방을 받으면 약 50만원 정도가 첫 달 약값으로 나간다. 그 다음달부터는 매달 진료비랑 약값까지 합쳐서 약 8만원 정도 나갈 것 같다.


최종적으로 상담은 피부과 선생님과 의논을 해볼 것이지만 끌리는건 코센틱스고 아직까지 딱히 정해진건 없는 것 같다. 12월 30일이 피부과를 내원하는 날인데 이 날에 무언가 답이 나왔으면 좋겠다.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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