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농성 한선염, 강직성 척추염 등 환우회 카페 및 오픈카카오톡 방에 대해
환자가 희귀질환에 걸렸을 때 생기는 여러 문제점 중 하나는 정보를 얻을만한 곳이 마땅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환자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환우회 카페나 오픈카카오톡 채팅방 등이 만들어져 있다. 환우들이 모여있는 모임에 가입하는 것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고 그렇다고 무조건 좋다고만 볼 수도 없다.
가장 먼저 장점을 말하자면 아무래도 나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고통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런 병을 앓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 놓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회사에 병을 밝히기도 뭐하고 주변 친구들에게 말하는 것도 좀 그렇다. 내가 이런 병을 앓고 있다고 밝혀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게 대부분이다. 직접적으로 경험한 것도 아니고 병이 얼마나 심각한지도 그들은 잘 모른다. 정신적 지지가 필요할 때 환우회 모임이 많은 도움이 된다. 한 번쯤은 다들 나와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공감을 받을 수 있고 응원도 다들 많이 해준다. 그리고 여성들의 경우 임신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카페에는 병을 진단받은 후 임신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다수 있어서 그들이 올린 글을 보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병이 의심된다고는 하지만 맞는건지 아닌건지 애매할 때가 있다. 병이 긴가민가 할 때 모임에 올리게 되면 다른 환자들이 자신의 질병 양상과 비슷한지 아닌지 경험 등을 얘기해준다. 물론, 그 사람들도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병을 진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정도 이 병인지 아닌지 약간의 조언은 건넬 수 있다.
류마티스 질환의 경우 임상적 판단과 영상진단, 피검사 결과 등등 복합적으로 살펴보다 보니 질병의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의사마다 각각 진단이 다른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이럴 때 카페에 올리면 대학병원이나 의사를 추천받을 수 있다. 가까운 병원을 가는 것이 좋지만 그래도 이왕 잘 보고 친절한 의사에게 가면 좋지 않은가. 이런게 바로 환우회 모임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 같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건선과 같은 만성질환이면서 자가면역질환인 경우 잘못된 정보가 파다하다. 아토피나 건선처럼 피부질환이 유달리 인터넷에 사이비과학이 많이 퍼져있는 것 같다. 그리고 카페 로 병원에서 알바를 풀은 것인지 한의원 치료 권유나 잘 알지 못하겠는 치료법 등을 권유하는 경우가 있다. 괜히 이러한 민간요법이나 검증되지 않은 의학에 의존했다가 심각한 상황만 초래할 수 있다. 요즘에는 유튜브만 보더라도 대학병원 피부과 의사들이 올린 자료가 많다. 그래서 댓글이나 글만 보고 무조건적으로 믿지 말고 어느정도 정보를 걸러내야 한다.
환자들 사이의 친목질도 나중에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아무래도 힘든 사람들끼리 만나다 보니 동질감을 느껴 친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간혹 모임같은걸 하게 되면 서로 대화를 하다가 점점 사이가 이상해지는 경우가 있다. 같은 병을 앓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잠깐 만난 사이에서 질투를 느끼는 일도 있고 괜히 사적으로 또 만나서 돈 문제로 얽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환우들끼리 모이는 경우 조심해야 한다. 또한, 운영자에 따라 단톡방 운영이 달라지는데 어떤 곳은 친목을 도모하기도 해서 환우들끼리 사진을 서로 교환하거나 서로 신상에 대해 꽤나 잘 알고 있는 등 다소 병의 정보를 교환한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곳도 있다.
위에 내가 써놓은 단점이 누군가에게는 단점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친목을 쌓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우선 한 번 가입을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탈퇴를 하는 것도 괜찮다.
병에 대한 정보만을 얻기를 원한다면 이러한 모임을 가입하는 것 보다는 구글 스칼라나 펍메드와 같은 영어 자료를 추천한다. 병의 이름을 구글에다 검색하면 영어로 나온다. 그걸 구글 스칼라나 펍메드에 들어가서 검색을 하면 최신 논문을 볼 수 있다. 면역학적인 원인이나 다른 질병과의 인과관계, 생물학적제제의 효과 등을 상세하게 볼 수 있다. 의외로 의학 논문은 무료 논문도 많아서 환자들이 전체 논문을 다 확인할 수 있는 것도 꽤 된다. 아무래도 전문 용어가 많다 보니 읽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는데 요즘에는 번역기의 성능이 좋으므로 번역기 사용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네이버의 파파고나 구글 번역기, 딥엘, 챗GPT 등을 이용하면 논문 내용을 대충 파악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어떻게 치료를 진행하고 어떤 치료제가 나왔고 어떤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본인이 알게 되면 인터넷에 난무하는 헛된 정보를 걸러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정도 수준까지는 원하지 않을 것 같다. 나만 하더라도 처음 건선을 진단받았을 때나 화농성 한선염을 진단받았을 때 논문까지 살펴보지는 않았다. 내가 구체적으로 논문을 보게 된 것은 병에 관한 궁금증과 해외대학원을 진학하기 위해서 학업계획서를 쓸 때 내 병과 연관지은 나만의 연구론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이런걸 탐구하는걸 좋아할 거고 어떤 사람은 대략적인 것만 알기를 원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병에 대해 세세하게 깊이 파고 들지는 않아도 내가 걸린 병이 왜 생기는 것인지 원인을 이해하고 있고(예를 들어 선천면역에 의한 것이라는 것) 치료 단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만약 어느정도 영어를 할 줄 안다면 Reddit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세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서브레딧이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어떤 약을 처방하고 치료하는지 한국과 비교할 수 있다.(그치만 거의 동일하기는 한편) 그리고 어떤 서브레딧의 경우 관리자가 새 논문을 정리해서 올려주기도 한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