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장학금에 합격했지만 여전히 고민인 유학길
운이 좋게도 셰필드 대학교에서 유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에 합격했다. 5,000 파운드라는 금액이 적지 않은 돈이기 때문에 합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기뻤다. 장학금 합격 발표가 6월 10일에 나온다고 해서 월요일에 하루종일 장학금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국이랑 한국이랑 시차가 많이 나다보니 저녁 7시가 지나면 합격 메일이 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밤이 되도록 합격 메일은 오지 않았고, 영국 시간을 보니 퇴근할 시간이 다 되었길래 떨어진줄 알았다. 밤에 잠들기 전에 나름 열심히 쓴 자기소개서였는데 떨어졌구나하고 실망이 컸다. 우선 메일이 오지 않아서 장학금은 잊고 잠에 청했다.
자다가 일어나서 화장실을 갔다온 후 핸드폰을 켰는데 메일이 와있었다. 메일을 슬쩍 열어보니까 Winner라고 써있길래 합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학생 중 총 125명에게 주는 장학금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신청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붙어서 너무 좋았다! 다른 학교는 장학금의 기회조차도 없는데 셰필드는 어쨌든 개인이 신청해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니 정말 좋은 기회가 나에게 주어진 것 같다. 공대쪽은 등록금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5,000 파운드를 절감받아도 여전히 비싸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지 싶다. 자기소개서 자체는 구글의 Gemini를 이용해서 썼는데 이렇게 합격한거 보면 생성형 AI를 쓰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이미 수업에서 생성형 AI 이용을 권장한다고 하기도 하고, 생성형 AI로 쓴 것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일부분 수정을 하거나, 내가 쓴 글을 교정받는 식이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었던 것 같다.
국비유학생 장학금 서류는 셰필드 장학금 자기소개서와 유사한 부분이 많은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 장학금 오퍼 기간이 24일까지여서 국비유학생 1차 결과를 보고 오퍼를 수락해도 됐었다. 하지만, 지금 수락 안하면 까먹고 있다가 오퍼 기간을 놓칠것 같아서 바로 수락해버렸다. 아쉽게도 국비유학생 장학금과 셰필드에서 주는 장학금은 중복 수혜가 되지 않는다. 유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이 적다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가게 하기 위해서 중복 수혜를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국비유학생의 경우 학교 장학금과 중복 수혜가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장학금에 합격하고 나니 기분이 홀가분했지만 여전히 걱정되는게 있다. 벌써 6월이 되었지만 아직 유학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 6월 초에 학교에서 기숙사를 컨택하라는 메일이 왔다. 학교 기숙사를 신청할 거라면 6월 초에 신청을 하고 대신 내가 원하는 자리를 배정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기숙사 홈페이지를 들어가봤더니 기숙사 유형을 내가 선택하고, 함께 부엌을 공유하는 룸메이트들을 확인해서 신청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순간 혹해서 디파짓을 내고 학교 기숙사를 신청할까 했는데 아직 고민이 되는게 많아 하지 않았다.
영국의 경우 부동산 제도가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보통 사설 기숙사가 학교 기숙사보다 조금 저렴한 편이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 사설 기숙사를 먼저 알아봤다. 셰필드의 경우 사설 기숙사가 많은 편이고 아직까지 자리가 널널한 편이다. 대학이 여러 곳 몰려 있으면 기숙사가 벌써 마감이 되었을텐데 셰필드 지역은 대학교가 2개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경쟁이 아주 빡세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여기서 고려해야 할 부분은 사설 기숙사 계약은 한 번 맺으면 깨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영국의 부동산 제도가 원래 이렇다고 들었는데, 디파짓을 납부하면 계약이 체결된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기숙사 비용을 1년치를 내가 부담해야 한다. 내가 다른 학교를 가거나 유학을 디퍼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계약은 깨지지 않는다. 다른 대체자를 구하거나 무조건 내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유학이 완전히 확정된 것도 아닌데 사설 기숙사를 선택하기에는 꺼려졌다. 학교 기숙사의 경우 학교를 진학하지 않을 경우 디파짓이 환불이 되고 계약도 깰 수 있다. 그래서 비용이 학교 기숙사가 조금 더 높다고 하더라도 나로서는 학교 기숙사를 선택하는게 나을 것 같긴 하다. 학교 기숙사를 쓰면 그래도 어쨌든 같은 학교 사람들만 모이게 되는 것이니 학교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가급적 기숙사 선택을 좀 미루고 싶었기 때문에 6월 초 기숙사 신청은 걸렀고, 이 기간이 지난 이후 다시 기숙사 신청을 받아 이걸로 신청했다. 후자의 경우 내가 원하는 기숙사를 3군데 정도 고른 다음에 랜덤으로 배정해주는 방식이다. 배정 결과를 보고 내가 디파짓을 지불할 수 있다. 만약 그때가서 학교 기숙사를 쓰고 싶으면 쓰면 되고, 유학이 완전히 학정이 나서 비자까지 발급받게 된다면 사설 기숙사를 진행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6월 18일이 진료일이었다. 이 날은 진료 대기가 아주 길었다. 정말 속으로 화가 날 정도였다. 기다리는 것도 정말 일이다. 11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해서 1시에 병원에 도착했고 바로 피를 뽑았다. 이후 kfc로 가서 점심을 먹은 다음 2시쯤에 다시 병원으로 올라왔다. 병원 로비에서 핸드폰을 좀 하다가 류마티스 내과 쪽으로 이동했는데 진료 대기가 1시간 정도 발생해서 소화기내과를 먼저 봤다. 다행히 이소티논을 복용 중이지만 간수치는 정상이었다. 소화기내과 진료가 끝난 다음 다시 류마티스 내과로 와서 4시쯤에 진료를 봤다. 최근 들어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이 피검사 결과 그대로 나왔다. 콜레스테롤이나 간수치는 모두 정상이지만 ESR이 48로 크게 올랐고 CRP도 1.11로 올랐다. 오히려 휴미라를 맞기 전에는 CRP가 이렇게 1.0이 넘었던 적이 없었는데 휴미라를 맞고 난 이후 CRP가 2번 정도 1.0을 벗어났다. 4월에 1.85가 나온적이 있었는데 이때는 요로결석이 있어서 염증 수치가 증가한거라고 봐도 되지만 이번 달은 정말 몸이 아파서 염증 수치가 높아진 것이었다.
어깨부터 시작해서 목, 무릎, 발뒤꿈치 등등 안아픈 곳이 없었고 너무 피곤했다. 몸에 전체적으로 열감이 느껴졌다. 내가 스스로 느끼기에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느껴졌는데 피검사 결과도 그랬다. 교수님은 왜 염증수치가 높아진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계셨고, 나는 감기나 다른 이상 증세도 없다고 했다. 원래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면 ESR은 잘 안잡혀도 CRP는 잘 잡힌다. 정상 수치가 나오기 마련인데 나는 CRP가 들쑥날쑥하고 이전에도 정상이 나온적이 별로 없다. 교수님이 고지혈증 약만 처방해주시고 다른 약은 주시지 않았다. 우선 다음달에도 염증 수치 결과를 보겠다고 했다.
솔직히 관절 통증에 휴미라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사를 바꿀 생각은 없다. 피부쪽으로는 관리가 괜찮게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화농성 한선염과 건선성 관절염 두 가지를 앓고 있는 나로서는 선택지가 그다지 없다. 두 질병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생물학적제제가 현재 휴미라와 코센틱스 두 개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센틱스로 바꿨다가 휴미라보다 효과가 좋지 못하면 휴미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코센틱스를 써야 한다. 선택지가 얼마 없기 때문이면 가급적이면 주사를 안바꾸고 싶은데 염증수치가 잡히지 않으면 주사를 쓰는게 의미가 없기 때문에 다음 달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코센틱스로 만약 바꾸게 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평가기간 4개월 동안은 매달 병원을 가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유학을 떠날 수가 없다. 매번 한 달에 한 번씩 한국을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것은 미친짓이다. 몸도 고생이고 비행기값도 감당 불가능이기 때문이다. 우선 내 목표는 다음 달에는 몸을 좀 정상으로 만들어서(가능할지는 몰라도) 휴미라를 계속 유지하고 약을 장기처방 받는 것이다. 이제 장기처방(3개월)이 가능해진 시점이 왔는데 아직까지는 장기처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결과가 좋기를 바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