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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의 Oct 23. 2024

7년 전의 내가 미처 몰랐던 사실은?


네이버 블로그는 지난해의 내가 오늘 날짜에 어떤 글을 썼는지 보여준다. 오늘은 내가 7년 전 오늘 날짜에 무슨 기록을 남겼는지 볼 수 있었는데,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한 지 3개월이 지난 기념으로 쓴 글이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첫 직장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사실 그때의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올랐던 터라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과는 상관없이 어른들의 '이만하면 괜찮지'라는 말에 의존했다.


내가 아닌 남의 기준에 따라 선택한 첫 직장은 모든 것이 예상 밖이었다. 하지만 입사 3개월 차 무렵 블로그에 이런 문장을 먹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입을 다무는 일이 더욱 늘어났다', '늘 그랬듯 나를 또 속일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일이 일어나든 나쁜 일이 일어나든 나는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실수투성이라 구박만 많이 받았지만 이런 못한 모습을 푸념해 봤자 나아지는 건 없겠다는 생각에 그런 말을 썼던 것 같다. 결국 이 현실적이고 염세적인 기록은 '능청스러운 사기꾼이자 순진한 얼간이가 되어야 한다'라는 문장을 마지막으로 끝이 나는데, 그로부터 7년이 지난 미래인의 입장으로서 과거의 내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진짜로 그렇게 살고 있다고. 심지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그런 사람이 되는 순간은 앞으로도 참 많아질 거라고 말이다.


내가 신뢰했던 사람과의 관계가 갑자기 멀어지는 순간도 오고, 반대로 오랫동안 이어졌던 관계를 별로 어른스럽거나 이성적이지도 않은 이유로 끊어내는 순간도 있다. 순진하게 타인을 믿다가 상처받기도 하고 반대로 나를 믿어주었던 상대를 실망시키는 일,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피할 수가 없다.


그러니 내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못하며 꼼짝없이 갇혀있다는 생각에 빠졌던 7년 전 내게 알려주고 싶다.


앞으로 다가올 7년 동안 이상하고, 불합리하고, 막막하고, 두렵고, 상처받는 일은 계속 일어날 거야. 그리고 때로는 너도 타인에게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사람이 되기도 해.


하지만 그 모든 일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건강하고, 지금보다 더 나아진 미래를 현실로 만들겠다는 기대를 품는 건 7년 전과 마찬가지로 변함이 없어. 이건 그만큼 네게 힘이 있다는 뜻이야. 바꿀 수 없는 환경과 현실 때문에 피해자 역할만을 자처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힘든 일이 인생에서 단번에 사라질 이유는 전혀 없지만, 그래도 매번 그 고난 속에서도 태연하게 서있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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