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N년 간 모은 카드메모 정리 중 발견한 문장들

by 현의
%EC%97%90%EA%B3%A0%EB%9D%BC%EB%8A%94_%EC%A0%81.png?type=w966


좋아하는 문장을 보면 일단 수집하고 보는 성격 덕분에 저는 매년 다이어리를 쓸 때마다 이곳저곳에서 발견한 문장을 모아두는 페이지를 만들곤 했습니다.


그 외에도 노션 같은 사이트나 기록 어플, 구글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해 문장을 정리하는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종이에 펜으로 직접 쓰는 아날로그 기록의 매력을 잊지 못해 늘 종이에 문장을 기록하곤 했어요.

하지만 아날로그 기록을 이어가다 보니 필요한 문장을 빠르게 찾기 어렵다는 불편함을 지속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22년도에 작가 라이언 홀리데이가 자신만의 Commonplace book독서기록법을 소개하는 영상을 본 이후로는 저도 카드에 문장을 기록하고 이를 키워드에 따라 분류하는 방법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EC%97%90%EA%B3%A0%EB%9D%BC%EB%8A%94_%EC%A0%81_(1).png?type=w966

이처럼 필사 노트나 다이어리가 아닌 그저 평범한 인덱스카드에 문장을 적는 시도를 지난 몇 년 동안 직접 이어가다 보니 몇 가지 장점을 몸소 느낄 수 있었어요.


1) 편리한 기록: 이동 시에도 인덱스카드를 낱장으로 들고 다닐 수 있어 쉽고 빠르게 메모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2) 손쉬운 학습: 사전에 분류해둔 키워드에 따라 메모를 분류하니 다시 찾아보고 싶은 문장을 빠르게 찾을 수 있었어요.


다이어리나 필사 노트에 문장을 기록할 때 가장 아쉬웠던 점은 한 권의 노트를 다 쓰고 나면 이전에 작성한 기록은 굳이 다시 들여다볼 일이 없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중요한 문장을 적어뒀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 문장을 어디에 적었는지 찾는 것조차 점차 어려워져서 결국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라이언 홀리데이의 커먼플레이스북 기록은 낱장의 종이를 키워드별로 분류하는 제텔카스텐 기록 법과 꽤 흡사한데요. 이처럼 시간순이 아닌 키워드에 따라 메모를 분류하는 방식을 시도하니 아무리 오래전에 적은 기록이더라도 이를 다시 찾아내기도 쉽고, 다시 여러 번 읽으며 머릿속에 기억해두기도 좀 더 쉬워졌습니다.


이번에 맞이한 긴 연휴 동안에는 지난 몇 년 동안 모아둔 종이 메모를 키워드에 따라 다시 분류하고, 각 메모를 한차례 훑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핸드폰으로 라디오 채널을 틀어놓은 채 인덱스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자니 오랜만에 아날로그 생활을 한껏 즐길 수 있어 재밌었습니다. 그중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은 좋은 문장도 몇 가지 발견해서 사진으로 정리해 보았어요.

2.png?type=w966
내가 누구인지는 계획되는 것이 아니며, 마치 미리 만들어져 있는 뻔한 공예품이나 제품인 것처럼 이야기할 수 없다. 내가 누구인지는 오직 삶의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다양한 사건을 헤쳐나가면서 드러난다. 바로 내가 되어 가는 것이다. 자아는 사물이 아니라 이야기다.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


비교적 얇은 두께지만 읽으면서 꽤 머리가 아팠던 의외의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소중한 문장을 많이 만난 책이기도 했어요. 알고리즘의 추천을 꽤 좋아하긴 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알고리즘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방법을 자꾸만 찾게끔 저를 이끄는데 중요한 영향을 준 책 중 하나였습니다.


4.png?type=w966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가도 절대로 빼앗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인간이 누리는 자유의 마지막 조각으로, 바로 어떤 조건에서든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자유, 곧 자신의 길을 선택할 자유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발췌한 문장으로 추정


팔릴지 말지를 모를 때는 (사실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팔고 싶은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일본의 어느 독립서점이 어떻게 지역색을 살려서 고유한 브랜딩 및 마케팅을 해냈는지 작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 제가 가게를 차린다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인근 상인들과 협력할 수 있을지, 어떤 방식으로 가게의 특성에 지역색을 녹여낼 수 있을지 상상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인구 감소가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정해진 미래라면 지금부터라도 '누구도 낭비되지 않는' (NOW: No One is wasted) 사회를 정착시켜 개개인 한 명 한 명의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에 대한 접근이 보장된 포용적 사회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데일리안] 인구 전문가들 “인구 감소는 정해진 미래. ‘누구도 낭비되지 않는 사회‘로 가야“


저는 이 문장이 과연 미래에도 유효할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자원이 점차 고갈되고, 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기후 위기가 극도로 심각해지는 미래가 찾아온다면 어쩌면 AI의 판단에 따라 미래 발전에 특정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인간들에게만 한정해서 자원을 분배하는 세상도 오지 않을까요? 그런 디스토피아 영화 같은 세상이 정말로 찾아오기 전에 지금부터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지 미리 계획해 보고 싶어지는 문장이었습니다.


5.png?type=w966
바라건대 일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자기만의 계획을 수립했으면 한다. 미래에도 끄떡없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일자리를 지키는 일을 넘어 우리의 정신과 인간성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는 일이다 <퓨처 프루프>


AI가 처음으로 우리 삶에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 읽은 책이었습니다. 주의 깊게 읽지 않았던 모양인지 이렇게 메모해둔 문장을 제외하고는 책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었는지 거의 기억나지 않아요. 최근에 나온 비슷한 주제의 도서와 비교하며 읽으면 어떤 관점이 시간이 지나도 삶에 유효한 도움이 될지 감을 잡아보는 힌트가 되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6.png?type=w966
조급해하지 말고, 서두르지 마라. 무언가를 빨리 끝내야 한다는 걱정보다는 꼭 해야 하는 무언가를 찾을 걱정부터 해라. 위대한 예술가가 되려는 마음은 덜어내고 예술을 만드는 좋은 인간이 되기 위해 더 애써라. 얼룩을 남겨야 한다는 집착은 줄이고, 머문 자리를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주목하라.
<킵 고잉> (오스틴 클레온)


이 문장은 블로그에서 이미 여러 번 소개했을 정도로 매우 좋아합니다. 좋은 예술가는 이미 세상에 넘치니, 예술을 좀 한다는 이유로 우쭐거리면서 남을 상처 주지 말라는 저자의 단호함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물론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은 언제나 험하고, 절대로 마음먹은 대로 꼿꼿하게 걸어가기도 쉽지 않더라고요.

아마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이 문장을 매년 되짚어보는 것 같습니다. 길을 잃지는 않았는지, 잃었다면 제대로 반성하고 있는지, 머문 자리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뭘 하고 있긴 하는지 돌아보려면 이 문장을 옆에 자주 둬야만 할 것 같아요.


7.png?type=w966
정확히 말하자면 언제 어디서든 절대 '뽐내지 마라'. 그렇게 해서는 당신에게 이로운 게 아무것도 없다. 프랑스의 계몽주의자 몽테뉴가 천장 들보에 새겨놓은 이 글귀를 명심하라. "네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마침내 너를 파멸로 이끌 것이다."
<에고라는 적>


언제 어디서든 절대로 뽐내지 말라는 말도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 뒤에 놓인 문장, '네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마침내 너를 파멸로 이끌 것이다'라는 이 오싹한 문장 때문에 실천하기 어렵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마 위 문장을 머릿속에서 치워버리지는 못하겠더라고요.


3.png?type=w966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책임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항상 스승을 곁에 두기 힘들기 때문에 작가들의 경험이 담긴 책을 읽는 건 너무나 중요해요.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당신의 꿈과 비전이 어디서 왔냐를 물어야 해요. 픽션을 읽지 않는다면 꿈을 어디서 얻는지 묻고 싶어요. 우리 사회가 어디를 향해 나아갈 것인지 생각을 하려면 꿈이 있어야 돼요. 가치 있는 꿈을 꾸기 위해 책을 읽어야 돼요.
[아주경제] 파이 이야기 얀 마텔이 말하는 권력층이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멋진 답변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놀라서 적어두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는 위 문장을 읽으며 제가 최근 읽은 책 중에서 가치 있는 꿈을 꾸는데 도와준 책은 무엇이었을지 돌아보았는데요. 이에 대한 답은 연말을 앞두고 일 년 동안 읽은 책을 돌아보며 다시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 그때까지 대답을 아껴두려고 합니다.


인덱스카드에 문장을 기록하는 커먼플레이스 노트 기록 방식은 이전에도 블로그에 소개한 바 있는데요. 위 기록 방식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아래의 글도 함께 읽어보세요.


베스트셀러 작가의 독서기록하는 법 | Commonplace book으로 나만의 영감노트 만들기 (2022. 8. 10. 23:33)

정말 비효율적인 마케팅 아이디어 기록 방법 (commonplace book) (2023. 7. 4. 12:18)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독서기록] 브랜딩, 인사이트,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