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검열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기

26년 2월 2주차 기록

by 현의

이번 주에 우연히 보고, 듣고, 만든 것들을 기록합니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대신, 나만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놓는 능동적인 창작자로서 살아보기 위한 작은 여정이 담겨있습니다.


26년 2월 2주 차 보고, 듣고, 만든 것 요약


1) 본 것: 인터뷰집


이번 주에는 책 <과학하는 마음>을 하루에 두 챕터씩 읽었습니다. 이 책은 약 2주 전에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요. 새해에는 늘 비슷한 장르, 비슷한 관심사만 탐구하기보다는 평소에 전혀 알지 못했던 분야로도 관심사를 넓혀보고 싶어서 읽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철소 출판사의 '일하는 마음' 시리즈에는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인물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는 사실도 이 도서의 책날개를 보고 처음 알게 되었어요. 다큐, 여행, 미술, 번역 등 흥미로운 시리즈가 많길래 이 책을 끝난 뒤에는 다른 시리즈도 조금씩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EA%B3%BC%ED%95%99%ED%95%98%EB%8A%94%EB%A7%88%EC%9D%8C3.png?type=w1 https://www.instagram.com/heyheyhyi


돌고래, 빙하, 바이오, 2차 전지, 달 궤도 등등 제게는 너무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분야를 연구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인터뷰이의 성비도 정확히 5:5로 나눠져 있어 매우 다채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다만 각 인터뷰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최대한 친절하고 상세히 설명하려는 시도가 눈에 띄었음에도 과학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어서 그런지 이해하기 좀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긴 했어요.


그럼에도 낯선 분야에 종사하는 직업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고, 그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일을 대하는지 알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어서 계속 읽게 되었던 책이었습니다.




2) 만든 것


7일간의 블랜더 여정


이번 주에도 블렌더로 매일 무언가를 만드는 시도를 이어갔습니다. 이에 더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모닝페이지를 쓰는 습관을 추가로 더해보았어요. 아침에 쓴 이 일기를 바탕으로 인스타그램 독서 계정에 짧은 글을 올려보는 새로운 시도에도 도전해 보았습니다.


260208_summoning_star3.png?type=w1


[지난주 일요일]


별로 기력이 없었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모델링을 해보았습니다. 별을 소환하는 기묘한 마법진이라는 컨셉을 잡아 보았는데요, 흑색 이미지의 배경을 투명하게 만들고 소환진 이미지에서 빛이 나도록 노드를 조정하는 법을 배워서 이를 바탕으로 만들게 된 이미지입니다. 아주 간단하지만 구체적인 의미는 없는 이미지라서 사실 결과물에 그다지 만족하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어쨌든 블렌더로 무언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 자체에만 의의를 두었습니다.


%EC%8A%A4%ED%81%AC%EB%A6%B0%EC%83%B7_2026-02-09_211523.png?type=w1


[월요일]


참고 자료를 바탕으로 레트로 TV를 만들어보았습니다. TV 하단에 용도 불명의 틈새를 만들기 위해 Boolean 모디파이어를 사용했는데, 예전에 카세트테이프를 만들 때 이 모디파이어의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서 엄청 고생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너무 오랜 시간 고생하며 사용법을 익힌 덕분인지 이번에는 아무 문제 없이 아주 수월하게 Boolean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EC%8A%A4%ED%81%AC%EB%A6%B0%EC%83%B7_2026-02-11_232059.png?type=w1


[화요일]


화요일은 세탁기 이미지를 활용해 아주 간단하게 모델링을 해보았어요. 큐브 하나를 만든 뒤 UV에 세탁기 이미지를 넣고, 돌출이 필요한 부분은 살짝만 다듬는 것으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UV Editing 역시 처음 시도했을 때는 모든 게 헷갈리기만 했는데, 개념을 차근차근 알려주는 튜토리얼 영상을 보고 나니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가더라고요. 역시 어떤 학습이든 가장 처음만 어려울 뿐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기 마련인가 봐요.


%EC%8A%A4%ED%81%AC%EB%A6%B0%EC%83%B7_2026-02-10_202955.png?type=w1


[수요일]


수요일에는 귀엽고 맛있는 막대 사탕을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생각만큼 제대로 되는 게 없었습니다. 막대가 비칠 만큼 적당히 투명하되 빛을 모조리 반사할 만큼 투명하면 안 되고, 적당히 매끈하되 너무 플라스틱처럼 보이지 않을 만큼의 수치를 조정하는 게 마음처럼 되지 않았어요. 사탕을 모델링 하는 법을 알려주는 튜토리얼 영상은 많으니 그것들을 참고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이제야 뒤늦게 들긴 하네요. 아무튼 시간을 들인 대비 렌더링 결과는 별로 좋지 않아 실망스러웠던 날이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3D 작업은 모델링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빛과 조명, 카메라 구도 모두를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은 항상 도전 욕구를 자극해서 좋아요.


%EC%8A%A4%ED%81%AC%EB%A6%B0%EC%83%B7_2026-02-12_225628.png?type=w1


[목요일]


바구니 만드는 튜토리얼을 보며 세탁기 옆에 둘 빨래 바구니를 간단하게 만들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간단했기 때문에 바구니에 넣을 수건도 만들어보았습니다. 동그란 롤을 만드는 것쯤은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걸 만드는데 좀 헤맸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다 만들고 나니 귀여운 결과물이 탄생해서 좋았습니다.



%EC%8A%A4%ED%81%AC%EB%A6%B0%EC%83%B7_2026-02-13_211150.png?type=w1


260213_2.png?type=w1


[금요일]


밸런타인데이가 코앞으로 다가와서 초콜릿이 올라간 비스킷을 만들어보았습니다. 비스킷 가장자리의 올록볼록한 부분을 만드는 게 왠지 꽤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이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감도 잘 안 잡혔는데 알고 보니 이미 알고 있는 기본적인 단축키를 활용해서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비스킷 만들기 튜토리얼 영상을 보며 배웠습니다. 막상 만들고 나니 Extrude로 너무 과하게 안쪽으로 밀어 넣은 탓에 가장자리가 좀 어색해진 점이 아쉽긴 해요.


이날도 모델링을 하는 것까지는 재밌었지만 만들어진 모델링을 카메라 앵글 안에 배치하는 부분에서 좀 헤맸습니다. 맛있어 보이는 비스킷을 만든 것 까지는 좋은데, 이걸 어떻게 놓아야 할지는 막막했어요. 그래서 비쵸비 과자의 포스터 사진을 레퍼런스 삼아서 쟁반을 만들고 비스킷을 좌우로 쌓아보았습니다.


%EC%8A%A4%ED%81%AC%EB%A6%B0%EC%83%B7_2026-02-15_003851.png?type=w1


[토요일]


밤 12시가 넘도록 블렌더를 사용할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잠들기 직전에 겨우 짬을 내서 세탁세제를 만들어보았습니다. 딱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대로 된 결과물은 아니고 완전히 엉망진창이에요. 심지어 렌더링을 할 기력도 없어서 뷰포트 화면을 스크린샷하고 마무리 지었습니다. 매우 엉성한 결과물이지만, 그래도 미흡한 결과라도 좋으니 무엇이든 직접 스스로 만드는 시간이 쌓이면 결국 대단한 결과가 탄생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믿습니다.



7일간의 모닝페이지 여정


이번 주에는 오랜만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모닝페이지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모닝페이지는 작년 이맘 때쯤에 매우 열심히 쓰다가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흐지부지 해져서 손에서 놓아버렸는데요. 아침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시간도 줄이고, 어떤 글이라도 매일 꾸준히 계속 쓰는 연습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결국 올해도 다시 모닝페이지 작성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경험을 돌이켜보았을 때, 모닝페이지를 꾸준히 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1) 알람이 울리는 즉시 2) 책상 앞에 앉아 3) 노트를 펼치는 습관을 자동으로 쌓는 것뿐이더라고요. 침대 머리맡에 노트를 두는 것도 편리한 방법이긴 한데 침대에 엎드려서 일기를 쓰면 자세가 매우 불편하기도 하고 어느 순간 도로 잠들어버리는 경우도 생겨서 무슨 일이 있어도 침대를 벗어나는 게 가장 좋았습니다.


이렇게 일주일 동안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며칠 동안 반복적으로 일기에 등장하는 키워드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자기검열. 이 선택을 하는 게 정말로 맞을까? 이런 생각을 공개적으로 올리면 비난받지 않을까? 이 주장은 너무 말도 안 되는 것 아닌가? 너무 내 이야기만 하는 건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 내가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과 똑같은 말을 내가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차라리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이런 생각을 하는데 시간을 쏟지도 않을 텐데, 할 말은 다 하고 보여줄 것은 다 보여주면서도 뒤늦게 스스로를 검열하려는 생각이 드는 게 모순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결국에는 모두에게 사랑받을 말만 하고, 모두에게 인정받을 것만을 기대하면서 자신을 검열하는 건 제 취향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온라인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콘텐츠는 아주 매끄럽게 가공되고,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그럴싸합니다. 이런 세상에서는 불완전하고, 일관적이지 않고, 정제되지 않은 생각을 보여주는 게 요즘 시대의 펑크일 겁니다. 그걸 잘 알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판단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나의 이야기를 하려는 시도가 항상 쉽지만은 않네요. 그래도 그동안 자기 검열로 인해 얼마나 나의 입과 행동을 스스로 제한했는지를 떠올리고, 그로 인해 미처 하지 못했던 시도를 지금이라도 조금씩 시작해 보고 싶습니다. 그게 펑크일 테고, 전 그게 좋으니 말이에요.


%EC%8A%A4%ED%81%AC%EB%A6%B0%EC%83%B7_2026-02-14_150443.png?type=w1

https://www.instagram.com/heyheyhyi



3) 들은 것


%EC%8A%A4%ED%81%AC%EB%9E%A9%EB%8F%85%EC%84%9C%EB%85%B8%ED%8A%B8.png?type=w1


이번 주에 라디오를 듣다가 우연히 만난 노래입니다. 정말 아름답고 재능이 돋보이는 노래인데, 이 곡이 발매된 지 8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처음으로 이 노래를 듣게 되어서 아쉽네요.


멜로디는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만큼 밝고 아름답지만 가사는 혼란하고 불안한 사랑을 말하는 대비가 흥미롭습니다. 나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나를 헷갈리게 하지 말라는 가사는 지역이나 시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공감이 될 것 같아요. 저도 누가, 어떤 시대에 읽더라도 독자들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부지런히 쌓아가고 싶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cbOR9n9Yx1A





이전 06화아무도 듣지 않더라도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정의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