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바라기입니다.
<언니와 형부의 대화 중>
언니: "휴가를 이 날에 쓰기로 하지 않았어?"
형부: "그날로 바꾸면 돼!"
언니: "아니, 휴가를 이 날에 쓰기로 하지 않았냐고."
형부: "그날로 바꾸면 돼. 확실히 바꿀 수 있어! 그럼 아무 문제없을 거야."
언니: "후.. 우리 이거에 대해 다시 얘기하자."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혹시 한 사람이 먼저 양보하면,
상대도 조금은 마음을 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모든 관계가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것도 알지만,
때로는 그런 기대를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남편에게 물어봤다.
"너라면 이 상황, 어떻게 생각해?"
남편의 대답은 의외였다.
"휴가를 그날 쓰기로 했던 거라면,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왜 바꾸지 않았는지
언니는 궁금할 거고,
형님은 그 이유를 납득시켜야 하지 않을까?"
나는 다시 말했다.
"언니가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하면 좋았을 것 같아.
한 사람이 양보하면 상대방도 따라오지 않을까?"
남편은 '글쎄..'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서로 양보하다 보면,
한쪽이 더 많이 참는다고 느낄 수도 있어.
오히려 둘 다 속으로 불만이 쌓이게 될지 몰라.
'난 져주는데, 상대방은 왜 저러지?' 하고 말이야.
차라리 부딪히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어. 그게 두 분 만의 사랑 방식이 아닐까?"
남편의 말을 듣고 감탄했다.
처음엔 '조금만 다르게 말하면 덜 부딪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은 그들의 성향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그런 다름 속에서도 사랑의 방식이 있다는 걸 일깨워줬다.
나는 남편과의 평화로운 관계가 너무 좋아서,
우리 방식이 맞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비슷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끼리 만났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큰 갈등 없이 자연스럽게 의견을 조율하는 편이다.
서로 양보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그때그때 자연스럽게 맞춰가는 편이다.
많은 부부가 겪는다는 '신혼 초 자존심 싸움'.
우리에겐 다행히도 그리 익숙한 일이 아니었다.
아마 서로를 향한 방식이 비슷했고,
조금씩 맞춰가는 일이 자연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니와 형부는 다르다.
그들은 부딪히고, 때로는 갈등도 겪으면서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고 있었다.
그게 바로,
그들만의 사랑 방식이었던 것이다.
문득 아부지가 하던 말이 떠올랐다.
"너흰 우리가 싸운다고 생각하니?
우린 그냥 알콩달콩하는 거야.
아빠와 엄마가 투닥거려 보이지만, 그게 다 사랑이야."
부부는 서로의 기질과 방식에 맞춰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해 가는 존재였다.
그 차이를 인정하며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남편 덕분에
우리와 다른 사랑의 방식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중요한 건,
내 방식이 정답이라고 믿지 않는 것.
사랑에는 공식도, 정해진 답도 없다.
어떤 사람은 부딪히며 사랑하고,
어떤 사람은 조용히 이해하며 사랑한다.
우리에게 맞는 사랑의 방식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