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바라기입니다.
잠시 경제활동을 쉬고 있는 요즘,
나는 주부라는 내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남편과 나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나름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딸은 도둑이라고 했던가
친정집을 갈 때마다
'뭘 챙겨 올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잘 쓰지 않는 식자재,
활용되지 않고 있는 물건들.
우리 집에서 필요하다 판단되면
자연스럽게 내 살림으로 가져온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침구류에 눈길이 갔다.
우리 집엔 침구류가 세 가지 있다.
하나는 여름용, 하나는 겨울용, 하나는 사계절용.
겨울용 극세사 이불은 땀이 많은 우리 부부에게는 부담이라
결국 여름용과 사계절용만 사용하고 있다.
이불을 빨래하려면 교체용이 필요하지만,
새로 사기에는 왠지 아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친정집에 갔을 때 엄마에게 슬쩍 물어봤다.
"엄마, 혹시 안 쓰는 침구 있어?"
"왜? 필요해? 침구는 좀 사~!"
이때부터 소문이 났다.
이 이야기가 친언니에게까지 전해진 걸 보면,
내가 확실히 짠순이 이미지로 각인된 것 같다.
정말 내가 너무 아끼려고만 했던 걸까,
잠시 고민하게 되었다.
한참 고민하다가, 새 침구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침구 사는데 10만 원이 넘는 돈은
내 기준에서 부부가 함께 의논해야 하는 금액이었다.
그래서 남편과 상의했다.
"침구가 필요한 거 같아."
"왜? 우리 침구 다 있잖아."
"빨래할 때 교체 이불이 필요해."
"음.. 나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어차피 네가 해외로 나가면 난 더더욱 필요 없을 것 같아!"
"음.. 그렇긴 해.."
맞는 말이었다.
사실 교체용 이불이 꼭 필요하다면 지금 가진 이불로도 충분했다. 우리 집에는 이미 여름용과 겨울용이 있다.
그런데도 왜 자꾸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까?
솔직하게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지금 쓰는 이불이 동거 시절부터 사용했던 것이고,
색감이 현재의 집 분위기와 맞지 않아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불필요한 소비를 다른 이유로 포장하여
그를 납득시키려 했으니 통할 리가 없었다.
내 솔직한 마음만으로 사자니,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사는 것도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의 소비는
서로의 의견이 일치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만약, 일치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사람이 용돈으로 사면된다.
그래서 나는 결국 용돈을 썼을까?
안 썼다.
덕분에 불필요한 소비를 막을 수 있었다.
부부의 돈 관리는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 부부는 월급을 공동재산으로 보고,
생활비와(관리비, 휴대폰비, 식비, 보험비 등 고정지출)
적금엔 함께 지출하며,
각자 용돈을 받아 쓰는 방식으로 관리해오고 있다.
이런 방식은 자연스럽게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만든다.
현재 우리 집의 경제적인 부분은 남편이 책임지고 있다.
내가 육아를 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활동을 중단한 상태이기에 이 부분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기다려라, 남편. 내 선택 하나로도 당당할 날이 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