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다이어트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
나는 어릴 적부터 다이어트를 수없이 겪었다.
아버지는 "다이어트는 의지로 하는 거야"라고 말했고,
나는 그 말에 응하듯 내기를 걸고 의지를 증명해 보였다.
그 결과 체중은 일시적으로 줄었고, 보상을 받았다.
명절에 만난 이모는 빠르게 감량한 내 모습을 보고
"와, 며칠 만에 뺀 거야? 진짜 대단하다!"며 감탄했다.
그 칭찬은 주로 외모에 관한 것이었고,
그 기준은 언제나 ‘날씬함’에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나에게
'다이어트는 의지로 하는 것',
'빨리 감량할수록 잘하는 것',
'날씬한 몸이 칭찬받는 몸'이라는 인식을 남겼다.
미디어와 광고, 주변 어른들의 반응은 이 믿음을 더욱 강화시켰다. 그렇게 나는 외모 중심의 가치관을 내면화하며 자랐고, 나 자신을 끊임없이 평가하고 다그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인체에 대해 공부하고,
수많은 다이어트를 관찰하며
회원들을 만나온 경험을 통해 나는 알게 됐다.
그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는 걸.
급속 감량은 몸에게 '위기'로 인식되며
결국은 요요와 건강 문제로 되돌아온다.
살이 빠졌지만, 생리가 끊기고 피로감은 떨쳐지지 않고 먹방을 보면서 음식에 사로잡힌 시절이 있었다. 날씬했지만 몸과 정신은 피폐해졌갔다.
반면 체중은 변하지 않았지만, 컨디션도 좋고 음식에 대한 갈망이 없을 때가 있었다. 몸도 정신도 건강했다.
그 차이는 단순히 숫자의 변화가 아닌,
내 몸이 내게 보내는 메시지에 귀 기울였느냐의 차이였다.
삶의 중심이 '몸매', '몸무게'에 있을 때,
우리는 음식을 통제하려 들고 결국 음식에 사로잡히게 된다.
비만은 단순한 칼로리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과 스트레스, 수면, 습관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
몸은 숫자가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다이어트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왜 애초에 이런 인식을 갖게 된 걸까?
돌이켜보면 나는 뚱뚱하지 않았지만,
음식을 먹을 때마다 "살찐다"라고 걱정하는 어른들의 말속에서 '살찌면 안 된다'는 공포를 배웠다.
내 모습 그대로는 칭찬받지 못했고, 날씬해질 때만 “우리 딸 예쁘다”는 말을 들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는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았다.
그 대신, 빠르게 살을 빼면 모두가 관심을 보였다.
이 경험들이 내 무의식에 '살을 빼야 사랑받는다'는 공식처럼 각인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지금까지 영향을 미쳤다.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택하면서 나 스스로도 '탄탄한 몸'을 갖춰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트레이너는 '전문성'을 몸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트레이너의 가치는 몸매가 아니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고, 회원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그들의 삶을 돕는 데 있다.
회원에게 "살 빠졌어요?"가 아니라 "요즘 컨디션 어때요?"라고 묻는 트레이너가 되고 싶다.
내가 먼저 건강한 삶을 살아야, 그 삶을 전할 수 있다.
그러면 몸은 따라오는 결과일 뿐이다.
운동 전문가와 다이어트 전문가는 다르다.
그리고, 빨리 빼는 다이어트 전문가와 천천히 빼는 다이어트 전문가는 또 다르다.
빨리 빼는 다이어트는 유지가 어렵다.
천천히 빼는 다이어트는 유지가 쉽다.
하지만 체중계 숫자에만 집착하면,
천천히 빼는 것도 참기 어렵다.
결국 핵심은 체중이 아니라 활력이다.
활력에 집중할 때, 다이어트는 고통이 아니라 일상이 되고,
'유지'라는 단어조차 필요 없는 삶이 찾아온다.
이러한 내 경험은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이어진다.
진짜 건강은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아이들은 어른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어른들이 '건강'을 말하면서 '몸매'를 보여줄 때,
아이들은 숫자와 외모를 삶의 척도로 배우게 된다.
그래서 어른이 다이어트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내가 외모에 집착하게 된 건 단순히 내 탓이 아니다.
사회는 끊임없이 비포·애프터 사진으로 감정을 자극하고,
SNS에서는 하루하루 자신의 몸을 공유하며 불안감을 퍼뜨린다. 많은 어른들도 그 구조 안에서 길들여져 있었을 뿐이다.
그들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였다.
그러니 이제라도 멈추고, 방향을 바꿔야 한다.
나는 이제 확신한다.
어른들이 먼저,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건강을 중심에 둔 삶을 살아갈 때,
다음 세대는 다이어트를 '삶의 중심'이 아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어른이 어른으로서 줄 수 있는, 진짜 건강한 유산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며,
나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 가자.
여러분은 지금, 어떤 기준으로 자신의 몸을 바라보고 있나요?
누군가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건강한 기준을 세워본 적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