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나를 부끄러워했을까?

나를 이루는 조각들

by 글쓰는 트레이너

한국의 피트니스 업계에서 일하며 늘 한 가지를 느꼈다. 트레이너와 운동 코치는 '보이는 직업'이라는 것을.


탄탄한 몸, 자신감 넘치는 표정, 멋진 운동 수행 능력.
이 모든 게 트레이너라는 직업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그 기준을 갖추려고 할수록,

오히려 내 안의 '진짜 나'와 멀어지는 괴리감이 들었다.


그런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왜 그렇게 부끄러웠던 걸까?

내가 부족한 사람이어서였을까?
아니다. 그보다는 있는 척하기 어려웠던 나 자신과 마주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건강이 우선이었지만, 보이는 것에 급급했던 순간들.

외형의 모습은 건강한 내면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저 강해 보이기 위해 애쓰던 시간들.
때론 속은 허전한데도 웃으며 회원님을 맞이해야 했던 나.


어쩌면 가장 부끄러웠던 건,

내가 그토록 닮고 싶었던 트레이너의 모습을 위해 애쓰는 일이 나에게는 너무 버거웠던 것이다.


또한 때때로 회원님과의 관계에서도 마냥 편하지 않았다.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반가움보다는,

늘 '잘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앞섰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나에게 쉼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 쉼 속에서의 내적인 성장이 절실하다는 것을.

당시 나는 그 성장을 전문성을 위한 지식으로 채우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내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지식이 아니라

인간적인 성숙함과 나만의 철학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그러면 자연스레 가지고 있던 지식이 더욱 잘 활용되기 시작하고 부족한 건 메꾼다.


회원에게 확신 있게 다가가지 못한 건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몸이 좋고 수행 능력이 뛰어난 트레이너.
나는 늘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동시에 언제나 나 자신에게 "부족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일을 멈췄다.
정확히 말하면, 멈췄다기보다는 속부터 다시 채우기 위한 시간을 선택한 것이다.


나는 멈추는 동안 영어를 배우고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그리고 한국을 떠나 해외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도 트레이너라는 본분을 잊고 싶지 않았다.
왜 트레이너를 본캐로 남기고 싶은 걸까?

지금 글을 쓰며 나만의 철학을 정리하고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는 중이다.

그러면서 깨달은 건,

'나는 이 일을 진짜로 사랑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보이는 모습에 얽매이지 않는다.
오히려 '진짜 나의 건강'에 집중한다.


나부터 그러기 시작하니, 타인의 건강을 이끌 확신이 생겼다. 나에게 집중하니 나를 알게 되고,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회원님을 만나는 일이 더 이상 딱딱하지 않다.
오늘은 어떤 즐거움을 드릴까 생각하며,

운동을 가르치러 가는 길이 마냥 좋다.

마음 깊이 우러나는 기쁨으로 수업에 임할 수 있다.


나는 분명히 알고 있다.
스스로 성장하고 기쁨이 찬 건강을 느낄 때,

그 에너지는 자연스레 회원에게도 전해진다는 것을.


내가 건강할 때, 나의 사명감도 더욱 단단해진다.


앞으로 나는 외적으로도 멋있고 내면적으로도 깊이 있는 트레이너가 되고 싶다.

겉모습만이 아니라 확신 있는 철학으로 트레이닝을 이끌고, 회원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

그 변화가 단지 몸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 되기를 바란다.


언젠가 누군가가 내게 이렇게 말한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


"선생님 덕분에 삶이 달라졌어요.

건강을 진심으로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것이 지금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이유이자 앞으로 내가 걸어갈 방향이다.




여러분도 잠시 일을 멈춰본 적이 있었나요?

또는 멈추고 싶었던 적이 있지 않나요?


그 멈춤을 통해 어떤 것을 얻었나요?

그리고 어떤 것을 얻고 싶었나요?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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