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의 여정을 마치는 길에
잠이 오지 않는 밤,
지난 일 년을 천천히 돌아본다.
이 시간은
나의 꿈을 키운 시간이 아니라,
그 꿈을 단단히 다져온 과정이었다.
한국에서 처음 PT샵 면접을 보던 날이 떠오른다.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나요?"
그 질문의 무게를
그때의 나는 잘 몰랐다.
나는 그냥 운동이 좋았고,
운동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떤 운동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철학으로 가르치게 될지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처음 발을 들인 세계는
보디빌딩 웨이트 트레이닝이었다.
마침 한국 피트니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였다.
바디프로필과 대회 문화가 더 확산되며
'보이는 몸'이 하나의 기준이 되던 때였다.
운동은
정말 보이기 위한 것일까.
운동을 하면 몸이 좋아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나는 그것을 전면에 내세우고 싶지 않았다.
내게 운동은
타인의 시선을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룹 트레이닝 현장에서도 일하며
단체 수업의 한계와
초보자들의 부상 위험을 마주했다.
'진짜 건강을 위한 운동은 무엇일까'
그 질문은 결국
나를 호주로 이끌었다.
피트니스 선진국의 문화가 궁금했고,
이곳에서 나는
다양한 연령, 다양한 체형,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운동을 즐기는 모습을 보았다.
그 속에서 깨달은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몸의 형태가 아니라
몸을 대하는 태도라는 것.
내가 말하는 건강은
삶과 분리되지 않는다.
운동은 삶을 위한 도구다.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며
'본질'이란 단어를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건강한 신체는 특정 근육의 크기보다
다양한 움직임을 회복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
나는 아프고 나서 몸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아프기 전에 예방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어쩌면 근본에 가까운 일.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이 직업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되었다.
호주에서의 일 년은
그 방향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나는 '삶을 위한 운동'을 가르치는 트레이너다.
운동을 일상과 잇고,
몸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일.
그 연결 속에서
한 사람의 삶이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돕는다.
이 일은 충분히 가치 있다.
그래서 나는
평생 건강 코치로 살고 싶다.
이왕이면 힘이 센 백발의 트레이너로,
나이 들어도 다양한 운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호주에서 돈이 부족해 한 회사의 주식을 팔고
피트니스 학교를 다녔다.
지금은 그 주가가 세 배가 넘게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그 숫자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을 얻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사람의 몸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이 직업을 통해
나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제
그 발견의 과정을
'삶을 위한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풀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