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운이 단 1초라도 머물 수 없게
사주상 ‘화’가 많은 인간이라 그런지 20대 중반까진 화를 다스리는 법을 몰랐다.
(사주에서 말하는 ‘화 기운’은 본래 이런 뜻은 아니지만..)
화가 나면 표정에 다 티가 나버려서 감정적이라는 말도 자주 들었지. 어느 쯤이었나. 화를 내면 나만 손해라는 걸 깨닫고는 이걸 좀 다스려보자고 스스로 무던히 노력했다.
엉엉 울어도 보고, 친구한테 실컷 욕도 해보고. 그래도 풀리지 않아 화를 핑계 삼아 술도 많이 마셨다. 물론 이러면 화는 사그라든다. 나한테 화는 거스러미 같은 거라 처음에만 따갑고 신경이 쓰이지, 곧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화를 풀어서는 도저히 안 되었다. 화는 풀렸지만 그 자리에 다른 기운이 꽉 차 있는 느낌. 거스러미를 뜯었지만 그 자리가 덧나고 덧나 결국엔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 상황이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화를 나쁜 기운으로 없애려 했기 때문이었다. 먼지가 쌓여 보기 싫은 짐 더미를 누더기로 덮는다고 해결이 되나. 덮어봤자 누더기인데.
왜 어른들이 짜증내면 짜증나는 일만 일어난다고 했는지 이제 알겠다. 짜증 섞인 말, 상처 주는 언행, 욕, 큰 소리, 저주하는 마음... 모두 부정적인 기운이니까.
(사실 이게 직빵으로 화가 풀리긴 한다.)
그런데 이제 억울한 거지. 바깥세상의 어떤 이유로 스트레스받은 것은 나인데, 그런 나의 내면을 다스리려고 부정적인 기운까지 뿜어야 하나. 나를 위해서라도 생각을 고쳐먹자. 이제부터 나쁜 일은 좋은 에너지로 없애기.
산책하면서 예쁜 노을 보기, 건강해지는 러닝, 소중한 사람한테 애정 표현하기. 요즘 내가 찾은 방법이다.
‘이 길이 너무 예쁘다’, ‘이 꽃은 지난주엔 안 보이더니 어느새 자라났네. 못 보던 꽃을 봐서 좋아’
좋은 걸 보니 의외로 화가 금방 사라졌다. 좋은 기운으로 이겨냈다는 생각이 드니 뿌듯함은 두 배였다. (좋은 게 두 배나 생기다니!)
‘땀을 한 바가지 흘렸더니 힘이 빠진다. 그래도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야.’
운동은 아무렴 좋다. 체력도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금방 풀린다. 몸은 힘들지만 정신은 맑아진다. 일종의 등가교환인가.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소중해’, ‘사랑한다’, ‘칭찬해’
나한테도, 상대방에게도 감동인 말들.
나쁜 화는 좋은 에너지로.
소중한 나에게 부정적인 기운이 단 1초도 머물 수 없도록.
거스러미는 뜯지 않고 핸드크림 바르기.
쉬운 건데 왜 몰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