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식곤증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잠시 눈을 붙인 죄로
하얀 밤과 논다
볼만한 것을 찾아
이것저것 들여다봐도
재미있는 것이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밤을 꼬박 새울 것 같아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은 어디론가 사라진채
오지 않는다
세상이 잠든 시간에
돌아다닐 수도 없고
눈감고 가만히 있자니
괜히 생각만 바쁘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리고
시계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린다
숨 쉴 때마다 시간은 가서
그 많은 세월이 흘러
어느새
이만큼의 나이를 먹었다
공짜라고
신나서 먹은 나이
먹지 말라는 나이는
왜 먹었는지 모르겠다
몸과 마음은
세월 따라 변하여
어제의 내가 아닌
또 다른 모습으로
뜬눈으로 밤을 밝히는데
까만 하늘엔
별들이 총총하고
아기 눈썹 같은 초승달이
세상을 내려다본다
달이 차고 기울기를
반복하며 가는 세월
나 이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별을 따고 달을 노래하며
온 길을 돌아보니
아련한 추억만 남는다
떠난 잠은
여전히 오지 않고
밤과 나는
하나가 되어 논다
(사진: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