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온다
추석날인데
보름달이 숨어버렸다
예쁘게 물든 단풍이
비바람에 흔들려
마지못해
떨어진 낙엽은
군데군데 쌓여있고
더러는
푸르른 잎들이
매달려 있지만
계절은 재촉하고
다가온다
그토록 청명하던
어제였는데
밤새 내린 비가
세상을 적시고 있다
시간이 남았다고
게으름 피우던
나뭇잎들이
원망스러운 눈길로
하늘을 본다
엊그제
우연히 바라본 하늘에
쟁반 같은
보름달이 떠 있었는데
정작 추석인 오늘은
달구경은커녕
구름이 꽉 찬
회색 하늘이
세상을 내려다본다
보름달이 먼저
다녀갔나 보다
부엌 창문으로 보이던
커다랗고 풍성한
보름달을 보며
어릴 적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렸다.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세월이 흘러도
둥근달을 보면
어릴 적 배운 노래는
잊히지 않고
노래를 부르면
어린 나이로
돌아간다
이 비가 그치면
더 많은 잎들이
땅에 떨어지고
머물 곳을 찾아
거리를 방황할 것이다
가다 못 가면
주저앉아 겨울을 나고
친구 따라 어디론가
먼 여행을 가리라
해마다
변함없는 마음으로
찾아오는 계절은
한결같은 친구 같다
봄에는 희망으로
여름에는 풍성함으로
가을에는 황홀함으로
설렘을 선사하는
자연의 고마움
참고 기다리며
살아온 세월
추석날 숨어버린
보름달이 그리워진다
(사진: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