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나를 두고 앞으로 가는데 나는 세월을 역행하며 뒤로 간다 40년전 기억은 생생한데 어제의 기억은 깜깜하다 무엇을 먹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치매인지 기억상실인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세월을 따라가다 길을 잃고 방황하고 다시 온 곳으로 돌아가는데 40여 년이 지난 그곳에서 서성인다 세월은 같이 가자고 손 내미는데 내 머리는 오래전으로 돌아가 울고 웃는다 어서 빨리 가야 하는데 거꾸로 가는 발길에 넘어지고 밟힌다 어제는 없어지고 옛날이 되살아나고 나는 30대로 돌아가 세 아이들과 들판을 뛰어노는 청춘 어제가 보이지 않고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