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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물건... 없어도 되는 물건

by Chong Sook Lee


우리에게 필요한 물건은 무엇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산 물건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는데

없어도 되는 물건들이다.

미니멀라이프를 사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면

단순하다 못해 썰렁해 보이지만

그렇게 살 수 있는 용기에 감탄한다.


물건이 넘치는 세상

필요 없는 물건에 치어

정작 필요한 물건은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물건이

앞을 다투어 세상에 나오고

필요할 것 같은 생각에 사서

쓰다 보면 별것도 아니다.

오히려 예전에 쓰던 물건들이

견고하고

싫증이 나지 않아 더 좋다.


색도 모양도

깔끔하고 세련되고

산뜻한 물건을 보면

누구나 사고 싶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물건이 나오면

유혹이 생긴다.

지금 이 나이에

새물건이 필요 없다고 안 사다가도

어딘가에서

특별 세일을 한다고 하면

구경 가고 싶고

구경하다 보면 안 사는 게

손해 같아서 몇 가지 사가지고 온다.


없는 게 없는데,

필요한 것은 다 있는데

무엇 때문에 자꾸 사는지 모르지만

사는 기분에 산다.

가져다 놓으면 필요도 없는데

나가면 무언가는 사가지고 온다.

있는 것도 버릴 판인데

왜 자꾸만 더 사 오는지 모르지만

새로운 물건을 보면 사고 싶다.


유혹을 뿌리치고

안 사고 집에 오면

후회가 되는 경우도 있는 것 보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철부지 같다.

필요한 것도 아닌데,

없으면 안 되는 것도 아닌데 산다.

사다가 싸놓고 안 쓰는 물건도 많은데

언제 쓰려고 사는지 모르겠다.


소비는 하나의 습관이다.

사야 할 것만 사는 사람은 없겠지만

불필요한 물건을 사다 놓고

쓰지 않는 것은 죄악이다.

언젠가 쓰려고 산 물건은

유행이 지나고 쓸모가 없어지면

결국 쓰레기가 되어 버려지는데

순간의 유혹을 버리지 못한다.


지나친 소유욕으로

집안 전체가 물건으로 꽉 차서

발 디딜 틈이 없는 집의 영상을 본다.

온라인 쇼핑이 유행이 되어

손가락으로 간단하게

물건을 사는 시대에 산다.

그럴싸한 디자인에 속아 넘어간다.

필요보다 순간의 쾌락으로

물건을 사다 보면

카드의 액수는 점점 많아지고

필요 없는 물건 속에 파묻힌다.


엊그제 대형 백화점이

파산지경에 특별세일을 한다길래

구경삼아 가서 거액을 쓰고 왔다.

없어도 되는 물건이지만

싼 가격에 잘 샀다는

기분이 들어 행복했다.

돈이란 힘들게 벌어도

기분 좋게 쓰는 재미가 있다.


사지 않아도 되는 물건,

필요 없는 물건에 둘러싸여 살면서도

새물건은 만들어지고

나중에 쓰레기가 될지 언정

사람들은 여전히

새로 나온 물건을 사들이며 산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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