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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꿈현 Aug 30. 2020

지난 5년간 부동산을 구매한 주변 30대 관찰기

결국 모든 것은 한 끗 차이. 마인드와 실행력(리스크 테이킹)이 전부다.

이번 정부 들어서 '부동산'이라는 이슈가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들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주택자-1 주택자-무주택자로 철저하게 분열되었고, 주택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정부 요직에 등용되면 안 된다는 약간의 코미디(?) 같은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3년 동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24번(? 너무 많아서 이제 정확히 기억도 힘든;;) 정도 추진되었는데 그때마다 양극화, 무주택자와 1 주택자의 박탈감은 더더욱 커져갔다. 오죽하면 '30대 패닉 바잉'이라는 기사가 나왔을까.. 


그래도 올해 사신 30대 분들은 턱끝으로라도 겨우 올라타신 분들이다.(막차를 탔다고 해야 할까나) 미래는 알 수 없지만 한동안은 글로벌 인플레 상황 하에 점점 더 폭등하면서 신규 진입이 힘들어지다가 어느 순간 이 버블이 심각하게 꺼질 터인데.. 그러면 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그때도 집을 사지 못할 것이다.. 


더 망하고 더 떨어질까 봐 무섭거든-0-;;ㅋ 그땐 또 현금성 자산을 가진 부자들이 싼 집들을 신나 하면서 주워서 그다음 상승기에 신분을 더 공고히 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서민들은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이 정말 불가능한 영역이 되어 버렸는데 정책을 결정하는 높으신(?) 분들은 여전히 다주택자이며, 주요 부동산 정책이 나오기 바로 전에 자식에게 증여하거나 세금을 최소화하며 서민들을 기만하며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로남불은 더 이상 그만 보고 싶습니다....


타고난 것이 없는 흙수저들이 월급을 정상적으로 모아 인서울 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한 이 상황에서 내 주변에서 한 순간의 선택으로 웃고 우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30대들이 있다. 이번 상승기가 본격적으로 두드러진 2015년부터 주변에서 본 30대의 주택 구매에 대한 웃픈 케이스들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Part1) [실거주 1 주택은 필수!] 2016년 9월 대출 70%로 영끌해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구매, 2019년 강남 구축 아파트로 갈아탄 30대 워킹맘, 대출로 주택 구매하는 것을 심각하게 반대하는 남편을 설득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주택 구매 결정, 타이밍과 운에 감사하는 중..


그래 이건 나다. 2013년에 결혼했는데 그 당시에 결혼하면서 집을 사면 '좀 이상한 부부' 취급당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도 2013년에 부모님 댁 근처에 전세를 돌았다. 돈도 없었다. 전세도 양쪽 회사 대출이 50%가 넘었다.


주변에 유주택자 난 놈도 별로 없어서 우리의 재테크/주택관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르고 살다가 2015년 3월 아이가 태어나자 갑자기 '우리 아이는 좀 더 안정적이고 깔끔한 곳에서 키우고 싶다'라는 시드(작은 인셉션같은 순간이었다)로 인해 폭락이 남편과 진짜 이혼 직전 상태까지 갈 정도로 주택 구매에 대해 대치했었다. 


난 대출을 풀로 해서라도 사겠다고 했고, 남편은 절대 대출을 해서 집을 구매하지는 않겠다고 했었다. 근데 대출 없이 흙수저 신혼부부가 어떻게 집을 삼??;;;; (지금 생각하면 남편 말 들었으면 아찔합니다..)


주택 구매를 너무나도 심각하게 반대하는 남편을 설득하다 지쳐서 나 혼자 모은 돈으로 첫 집 계약금을 내 버렸던 '내 인생에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되어 버린' 그 날. 첫 주택을 구매해본 이후로 재테크 마인드도 정말 달라져서 그 운과 경험에 많이 감사하는 중이다. (부에 대한 마인드가 업그레이드된 것이 가장 큰 변화!)


Part2) [강남 로또 분양 날린 동료] 2018년 강남권 로또 청약을 아무렇지도 않게 포기해버린 남편 회사 동료. 그냥 10억 로또보다 더 큰돈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까....ㅠ


사실, 나와 남편은 2016년 첫 집을 사기 전부터 2017년 즈음까지 서울 지역 꽤 많은 신축 청약에 시도했었다. 우리는 당첨운이 좋은 편은 아니라.. 그 당시 10:1 정도 하는 곳에 단 한 번도 예비든 뭐든 되어 본 적이 없었다. 


기억나는 현장은 2016년 청약했던 흑석동 아크로 리버하임(아리하). 사실 그때 과거의 '흑석동'에 대해 마냥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터라 분양권을 피 주고 거래할 수 있는 옵션이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엄청나게 오르는 것을 보고 후회했었지.


그 와중 2018년쯤? 남편이 자기 직장 동료가 '논현 아이파크'라는 곳에 1순위 청약이 되었는데 고민 중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때 정말 그 로또를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좀 어이없기도 해서 "주변 사람들한테 돈 다 끌어모아서 무조건 계약하라고 해!!"라고 말했는데.. 결국 대출이 부담스러워서 포기하셨다고ㅠ


으음.. 그분 중간에 이직하셔서 지금은 어디서 사시는지 모른다는데 이런 로또를 놓친 분도 있었다. 그냥 로또 10억 되는 것보다 더 큰 인생 기회이셨을 것 같은데... 자기가 그 상황에 베팅하지 못하면 그 좋은 기회도 놓치더라 ㅠㅠㅠ (운 9기 1에서 운 9는 완벽히 왔는데 기 1이 없는 사태)


Part3) [묻지 마 청약으로 기회를 못 알아본 후배] 2016년 '묻지 마 청약'으로 얼떨결에 아파트 청약 당첨되었는데 무섭다고 포기한 후배, 그 현장 포기하면서 괜히 무서운지 그 현장 안 좋은 점만 나열해서 말했었다. (아니 그렇게 맘에 안 들 거면 왜 청약함?;;) 결과적으로 그 현장 분양가 대비 5억 정도 오른 듯;;


2014년, 2015년에는 '강남 아줌마'들이 갭 투자를 그렇게 한다고 소문이 났었다. 나도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를 때라 그런 투자가 원래부터 강남 살거나 돈 많은 사람들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아예 생각도 안 해봤었다. (재테크 바보였다ㅠㅠ)


그러다 2015년부터 주택 값이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2015-2017년에는 청약을 해야 한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문제는 '청약이 대박이다'라는 것만 듣고 청약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2030들이 '묻지 마 청약'을 했다는 것이다. 


그 후배가 넣었던 현장은 '이 편한 세상 서울대입구'(봉천동)였다. 묻지 마 청약에 덜컥 당첨이 되어버리자 나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었다. 나는 서울은 무조건 사는 게 나은 것 같아서 사라고 했는데ㅠ 자꾸 그 현장이 봉천동인데 학군이 별로이고, 입구가 경사가 깊고, 아직 주변이 정비가 덜 되고.. 이런 이해하기 힘든 단점을 여기저기서 모아 언급하더니 결국 당첨 포기를 하더라.. (아깝..)


그리고 그 현장은 2020년 현재 분양가 대비 4-5억씩 오른 가격에 거래가 되는 것 같다. 다행히(?) 이 후배는 바로 재개발 현장에 투자해서 상승기를 기쁘게 맛보고 있다.


Part4) [아무도 안 사는 일시적 하락기에 집 산 용자 후배] 나에게 '학군이 왜 중요한지 모르겠다'의 망언으로 부 알못의 포스를 풍기던 후배, 아이 낳고 겁 없이 목동 아줌마 되다ㅋ (역시 아이가 주택 구매에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2016년 첫 집을 구매한 이후로 아끼는 후배들에게 '나중에 너 몸 하나 살 집은 하나 꼭 사라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엄청나게 말해주고 다녔다. 안타깝게도 많은 아이들이 진지하게 메시지는 받아들였지만 대출이 무섭고, 자금이 없어서 (결국은 겁이 많아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좋은 타이밍을 놓쳤다. 


내가 주거지를 결정할 때 무조건 인 서울, 학군과 교통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해줬을 때 아이가 뱃속에 있던 한 후배가 "언니.. 그런데 전 학군 별로 안 중요한 것 같아요.. 전 인천에서 열심히 해도 SKY 갈 수 있었는 걸요^^" 식으로 말한 아이가 있었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거니 "야.. 야.. 애 낳아봐 학군은 그냥 대학 가는 거랑 상관없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는 거라 정말 중요해"하면서 웃으면서 넘겼다.


그리고 그 후배가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으로 집콕하고 있어서 응원 차 놀러 가서 '부동산' 이야기를 엄청 쏟아낸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후배가 부동산 임장을 엄청나게 다니더니.. 일시적으로 부동산이 몇억씩 폭락했던 2019년 1월 즈음에 겁도 없이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를 덜컥 샀다. 


이 전에 잘 모르던 학군의 중요성이 아이 낳고선 확 와 닿아서 잠실 등도 같이 봤다고 한다.(와우 이 아이 부동산 감은 무지 좋았다)


그 당시 그 후배가 샀던 목동아파트는 일시적으로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한 2-3억 떨어진 상태였다. 와우 나이스 타이밍! 


이 후배는 나와 함께  '1 주택은 꼭 사. 안되면 청약 통장이라도 빨리 마련해' 하면서 후배들에게 재테크와 부동산 마인드가 중요함을 전파하는 동지가 되었다.


Part5) [인 서울을 반대(?)하는 아내로 인해 갈아타기 적시를 놓친 동기] 광명 재개발과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한 2 주택자 동기. 어쩌면 정말 잘 한 투자이기도 하지만 항상 인 서울 상급지로의 로망을 가지고 있음. 학군이나 상급지 투자의 중요성을 매우 잘 알고 있지만 아내를 거스르고 혼자 실행하지 않는 매너(?ㅋ)를 보유함.


사실 2016년 첫 집을 사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동기가 있다. 이 동기는 그냥 아파트 투자만 해본 게 아니라 경기도권에 상가도 사보고, 재개발 주택도 건드려(?) 보며 나름 부동산에 일찍 눈을 뜬 동기인데. 장점은 매우 분석력이 좋고 감은 좋다는 것. 단점은 아내가 부동산, 재테크 감이 좀 없는 편인 것 같은데 아내 말을 무조건 들어준다는 것이다.^^;; (대부분 아내가 부동산 감이 좋은데 여긴 반대다ㅋ)


지금은 결과적으로 광명 재건축 아파트와 재개발을 보유한 이 정부의 적폐(?ㅋ) 다주택자가 되었는데.. 이 동기는 기회가 될 때마다 서울의 상급지로 옮기고 싶어 했다. 내가 목동에서 강남으로 갈아타기를 할 때도 이 동기에게는 세세한 단지 정보까지 다 주면서 엄청 도와주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는 지금의 상황에 매우 만족하고 있고 특별히 옮길 이유를 못 찾아서 항상 반대ㅠ 

물론 매우 투자를 잘 한 케이스라 굳이 상급지 갈아타기가 필수인 집은 아니지만 남편은 항상 상급지 갈아타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적시에 도와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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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난 5년간 30대의 부동산 경험 기다.

안타까운 케이스도 있고, 운 좋은 케이스도 있다. 사실 더 쓰라면 10개는 더 쓸 수 있을 것 같다 ㅋㅋ


2020년 현재, 30대가 패닉 바잉을 한다는데.. 기존에 운 좋게 '부동산에 열려있어 많이 알려주는 지인'이 있었거나 '우연한 기회로 부동산을 구매해봤거나(실행력 굿)' 했던 흙수저 30대들은 여유 있게 누굴 원망하지 않으면서 이 상황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경험의 양극화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결정한 사항을 인정하고, 누굴 원망하지 않으며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운이 왔을 때 알아볼 수 있는 기 1을 갖추는 것 같다.


더불어 이번 상승기에 걱정이 덜하다고 해서 인생 위너도 아닐 것이다. 항상 겸손하게, 실력을 쌓아가는 태도. 그것이 30대 흙수저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실행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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