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프롤로그 – 왜 달리기 시작했는가

매일 같은 거리, 매일 다른 생각

by 라이브러리 파파

오늘도 3km, 그 안에 담긴 작은 사색

아침 공기는 언제나 비슷하다.

그 차가운 기운 속을 뚫고 첫걸음을 내딛을 때면, 매일 같은 길이지만 마음은 매번 다르다.

가벼운 날도 있고, 무거운 날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의 감정은 딱 3km쯤 뛰다 보면 정리된다.


처음에는 오로지 몸에 집중했다.

숨 쉬는 것, 발 디디는 것, 땀 흘리는 감각.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몸이 익숙해지자, 머리가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어제 아이에게 괜한 짜증을 낸 건 아닌지, 아내와의 대화 속에 놓친 온기가 있었는지.

마치 달리기는 '생각을 꺼내기 위한 시간'이 된 것처럼.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하늘만 본다.

달빛이 남아 있는 구름 사이로 하루가 시작되려는 기척이 느껴질 때,

나는 아주 잠시, 세상에서 나 혼자만 깨어 있는 기분이 든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평온이 있다.


그렇게 나는 매일 달린다.

3km라는 고정된 거리 안에 그날그날 다른 나를 담는다.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마음으로 달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 다름이 내 삶에 온기를 더해준다는 것도 알게 됐다.


달리기를 한다고 해서 무언가 거창하게 바뀐 건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있다.

이 짧은 시간 덕분에 나는 '하루를 덜 후회하며 살아가게 되었다'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땐, 3km가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 줄 몰랐다.

그저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픈 단순한 운동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나는 알게 됐다.

이 짧은 거리가 내 삶의 문장을 만들고 있다는 걸.


달리면서 떠오른 생각들은 종종 메모장에 남긴다.

'오늘은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해줘야겠다.'

'퇴근 후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눈을 보며 대화하자.'

그리고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자.'


달릴 때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를 떠올린다.

강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

남들보다 앞서기보다, 내 사람들과 나란히 걷고 싶은 사람.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그런 다짐을 매일 반복한다.


거리는 똑같지만 풍경은 매일 조금씩 다르다.

나뭇잎 색이 바뀌고, 새소리가 달라지고, 햇살의 각도가 바뀌는 걸 몸으로 느낀다.

그 변화 속에서 계절을 느끼고, 삶의 속도를 다시 조절하게 된다.


어느 날은 다리가 무거워서 3km가 참 길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날의 달리기는 나에게 인내를 가르쳐줬고,

다음 날의 달리기는 다시 가볍게 발걸음을 떼게 해 줬다.


아이에게 말한 적이 있다.

“아빠는 매일 조금씩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뛴단다.”

아이의 눈은 반짝였고, 그날 밤 나는 좀 더 열심히 뛰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그런 아빠로 남고 싶었으니까.


3km라는 거리는 이제 내 삶의 리듬이 되었다.

그 안에 나의 하루, 고민, 회복, 희망이 담겨 있다.

달리기를 하며 나를 닮은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오늘도 나는 뛴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 나처럼 흔들릴 때

“우리 아빠도 매일 3km를 뛰었어”

그 한마디가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매일 아침 달리기하는 30대 남자 잘생기고 따뜻한 느낌.jpg


다음 편:

2편 – 운동화 한 켤레에 담긴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