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고요한 아침, 마음의 들판》
이 그림을 그릴 땐
무엇도 서두르지 않았다.
비워진 하늘, 가벼운 곡선의 언덕,
그리고 벚꽃처럼 피어난 나무들.
이른 아침, 아이들이 아직 꿈속에 있을 무렵
차 한 잔을 마시며 바라본 바깥 풍경은
말 그대로 ‘쉼’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들판을 품고 있다.
누군가는 그곳을 풀로,
누군가는 바람으로 채운다.
나는 꽃을 심고 싶었다.
네가 언젠가 지쳤을 때
쉴 수 있도록.
살아가는 동안
마음이 너무 복잡해지는 날들이 있다.
해야 할 일, 지켜야 할 책임,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까지—
그럴 때 나는 나만의 들판으로 들어간다.
이 그림 속 풍경은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공간,
비워져 있기에 채울 수 있는 여백이다.
나는 그 여백을
자연의 숨결로, 기억의 향기로 채워 넣는다.
들판은 조용하다.
하지만 그 조용함 안에
세상의 어느 음악보다도 깊은 울림이 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기 위해
종종 붓을 든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증명하려 하며
너무 빠르게 달리려 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걸음을 놓치고 만다.
그림 속 들판은 나에게 말해준다.
“괜찮아.
지금 이 순간, 그냥 이대로 있어도 좋아.”
이 풍경은 고요함에 대한 다짐이다.
바쁨 속에서도, 우리는
고요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걸
이 그림이 말해주기를 바랐다.
나도 너희도
앞으로 살아가면서
멈추고 싶은 순간이 분명 찾아올 것이다.
그때 이 그림이
너희 마음속에 잠시라도
바람 부는 언덕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이 들판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아빠의 마음이 피어난 자리다.
세상이 아무리 복잡해져도
여기서는 단 하나,
고요하게 너를 기다리는 마음이 있다.
라운에게
라울아,
모든 날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아도
사실, 천천히 가야 보이는 것들이 있어.
고요한 시간은 겉으로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가장 많은 걸 자라게 하거든.
쉬어도 괜찮아.
아빠는 네가 조금 느려도,
그 모습이 참 사랑스럽단다.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속도를 지키는 사람이
결국 가장 멀리 가는 사람이야.
루아에게
루아야,
꽃은 바람이 아닌 고요 속에서 피어난단다.
너도 그렇게,
누군가의 눈치 보지 않고
너만의 꽃을 피웠으면 좋겠어.
늘 말하진 않지만,
아빠는 너의 마음속 풍경을
가장 소중히 여긴단다.
세상이 너를 밀어붙일 때에도
잠시 들판에 앉아 쉬어가렴.
너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