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회식 때 진심으로 웃어본 적 있는 사람? 손 들어보세요
6시 땡
휴대폰 배터리도 9%
나도 9% 남은 에너지로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상사의 짧은 한마디
“오늘 회식 있지?”
응?
나… 몰랐는데요?
아무도 말 안 해줬는데?
속으로 ‘진짜요?’ 외쳤지만
겉으론 씩 웃었다
“아, 네! 완전 좋아요”
(집에 가서 치킨에 미뤄놨던
N플렉스 봐야 하는데..)
그 말 끝나자마자
옆자리 동기랑 눈 마주침
둘 다 웃고 있는데
눈빛으로 얘기했다
“우린 또 졌다…”
강남 삼겹살집
이미 온몸이 피곤했지만
회식은 체력 말고 표정으로 버티는 경기니까
상사가 고기 굽는다
나는 말한다
“와, 부장님 고기 굽는 스킬 장난 아니세요”
(※참고: 부장님 고기 안 뒤집음)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9% 남은 힘을
얼굴로 모아 활기 넘치는 한 마리의 활어처럼
웃어야 한다..)
나는 잔을 들었지만
속으론 ‘내 워크는 어디 있는데요?’라고 되물었다
회식 중간
분위기 띄우는 담당 대리님이 갑자기
“자, 오늘은 웃긴 TMI 타임 갑시다!”
갑자기? 지금 이 타이밍에?
나는 그날 생애 첫
웃긴 ‘TMI 급조 AI모드’를 발동했다
“저… 사실 스쿨존에서 킥보드 타다
넘어져서… 치킨 안 시켰습니다”
(그냥 내가 넘어 지고 싶었나 보다..)
모두 웃었다
(얼굴은 웃고 있는데) 나는 울고 싶었다
회식이 끝나고
지하철역 가는 길
상사가 말했다
“오늘 분위기 좋았지?”
나는 말했다
“정말 힐링이었습니다”
그날 집에 와서 바로 감기 기운
힐링이 아니라 히링이었다 진심으로
회식에서 진심으로 웃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진심으로 계산서 볼 때 소름 돋은 적은 있다
그날 결제금액 478,000원
참석자 8명
1/n 계산 중, 내가 제일 말이 없었다
5화. 아침 8시 출근길,
나는 이미 하루를 포기했다
– 자판기 커피 한 잔으로 버티는
인생의 리셋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