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 [지침] 육아가 힘든 게 아니라, 관계가 지쳐 있었다
아빠로 사는 게 힘든 게 아니라,
남편으로 버티는 게 더 힘들었다
솔직히,
나도 지쳤다.
야근하고, 욕먹고, 눈치 보고,
회사 문을 나서면
이번엔 집에서 또 다른 눈치를 봐야 했다.
‘늦었다’,
‘애는 왜 당신만 보면 울지?’,
‘오늘 하루 나 혼자였어.’
그 말들이 피로처럼 밀려왔다.
나는 육아를 돕고 있다고 생각했다.
(고쳐야 될 생각 1.)
주말이면 애랑 놀아주고,
설거지도 종종 하고,
기저귀도 몇 번 갈았다.
그게 부족했던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착각했던 걸까?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나는 혼자 키우는 기분이야.”
난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혼자였다고 말했다.
나는 돈 벌고 있었고,
밖에서는 진짜 정신없이 버티고 있었다.
그래서 집에 들어오면
내 공간, 내 시간, 내 숨을 조금은 쉬고 싶었다.
근데 그때마다
“나도 힘들어”라는 말이 날아왔다.
마치
내 피로는 피로도 아니란 듯이.
결혼 13년 차.
아이 둘.
30대 중반.
나는 점점
‘남편’이라는 이름 아래
내 감정을 말하지 않게 됐다.
(바꿔야 될 행동 2.)
왜냐하면,
“지쳤다”는 말 한마디에
“나도”라는 대답이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우린 같이 살고 있지만,
각자 고립된 감정 안에서 버티고 있었다.
내 피로도,
그녀의 피로도,
서로 겹치지 못한 채
쌓이고, 말라가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나는 애랑 놀아주잖아.’
‘그래도 주말엔 집에 있잖아.’
‘밖에서 돈 버는 것도 진짜 힘든데.’
근데,
그건 다 내 기준이었다.
아내가 원하는 건
놀아주는 ‘행동’이 아니라
같이 느끼고, 공감해 주는 ‘존재’였다.
나란히 같은 방향을 보는 육아 파트너.
어느 날 밤,
아내가 애를 안고 울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는데
갑자기 숨이 막혔다.
나는 방금 전에
TV를 보며 웃고 있었다.
(해서는 안되는 행동 3.)
그 온도차가
이 가족 안의 감정 거리였다.
그날 처음으로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미안해.
나 진짜 당신만큼 힘든 줄은 몰랐어.
아니, 안 알려줘서 몰랐던 것도 있어.”
그리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나도, 바뀌어 볼게.."
아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물어보기 시작했다.
“오늘 애는 어땠어?”
“당신 밥은 먹었어?”
“나 오늘 회사에서 진짜 지쳤어. 나 좀 쉬어도 돼?”
그렇게 말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듣는 법도 배웠다.
나는 이제야 안다.
육아가 힘든 게 아니었다.
진짜 나를 지치게 했던 건
내 감정을 설명할 수 없는 관계였다는 걸.
말하면 미안하고,
참으면 쌓이고,
그러다 결국 무너지는 관계.
우리는 같이 애를 키우는 게 아니라,
각자 혼자 견디고 있는 부모였다.
그리고
서로 지쳐 있는 부부였다.
이제는,
우리 둘 다 더 이상
‘혼자 하고 있다’는 기분을 갖지 않도록
서로의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고 있다.
육아는 협업이고,
부부는 팀이다.
같은 팀이라는 걸 잊지 않을 때,
이 가정은 다시 따뜻해질 수 있다.
요즘 나는
가끔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 요즘 좀 지쳐.
근데 당신이랑 이렇게 얘기할 수 있어서
그건 다행이야.”
아내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가끔 웃는다.
그 웃음 한 번이면
나는 또 하루를 버틸 힘이 생긴다.
다음 편 예고
8편. [비교] 남의 집 부부는 안 싸우나?
친구 부부는 매주 데이트를 하고,
SNS 속 가족은 항상 함께 웃는다.
나는 퇴근하자마자 말싸움이고,
주말이면 애가 내 다리에 매달려 울고 있다.
남의 집은 다 좋아 보인다.
우리만 이런가?
다음 편에서는
'비교'라는 감정의 늪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지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