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하고 싶다

5편. [눈빛] 말보다 먼저 전해지는 감정의 언어

by 라이브러리 파파

“괜찮아.”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눈빛은 전혀 괜찮지 않았다.


결혼 13년 차,
부부가 서로의 말을

잘 안 듣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눈빛을 안 보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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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말보다 먼저,
눈빛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동물이다.

언젠가

아이에게 "엄마 괜찮아"라고 말했는데,
아이는 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근데 눈이 슬퍼.”

그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말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울고 있었던 것이다.


눈빛은 참 정직하다.
말은 돌려 말할 수 있고,
표정은 감출 수 있지만,

눈빛은 숨기기 어렵다.

기운 없는 날,
무기력한 날,
서운한 날,
사랑받고 싶지만 표현하지 못한 날—
그 모든 감정이 눈을 통해 흘러나온다.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는 척하면서
눈은 스마트폰을 보고,
TV를 보고,
아이 숙제를 흘깃 보고,
아예 안 보는 날도 많다.


그게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나는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되었다.

“아빠, 나 봐줘.”
“엄마, 이거 봐봐!”

그 말의 진짜 의미는
“내 눈을 좀 봐줘”라는 뜻이다.
“내 감정을 알아봐 줘”라는 신호다.


언젠가 아이가
작은 그림 하나를 그려서 내게 건넸다.

나는 건성으로
“오~ 잘했네.”
그리고 말았다.


그날 밤, 아이가 말했다.
“아빠, 진짜 잘 봤어?”
“내가 색칠한 거 눈으로 봤어,

아니면 그냥 말한 거야?”


그 말이
정말 아프게 꽂혔다.

아이도 알고 있다.

엄마 아빠의 눈이 자신을 보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고개만 돌렸는지를.


그래서,
아이의 감정은
눈을 외면한 어른에게

차갑게 닫힌다.

부부 사이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매일 보지만,

‘눈을 마주치는 시간’은
생각보다 적다.


식탁에 앉아도 핸드폰을 보고 있고,
말을 하면서도 시선은 거실을 떠돈다.

눈을 안 본다는 건,

마음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번은 아내가
조용히 내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 지금 나랑 말하고 있는 거 맞아?”
“왜 눈 안 보고 얘기해?”


그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대화하는 게 아니라,
그저 말을 흘리고 있었구나'라는 걸 알았다.


말보다 눈빛이 먼저다.
말보다 눈빛이 강하다.
그리고 때론

눈빛 하나로 상처받기도 한다.

아이가 말 안 하고 방에 들어갔을 때,
그 뒷모습보다

더 오래 남는 건
방에 들어가기 직전의 눈빛이다.


거기엔
“나 지금 외로워.”
“나 무시당했어.”
“왜 나한테 이렇게 말해?”
라는 수많은 말들이 담겨 있다.


가족은 말로만 연결되지 않는다.
눈으로 감정이 오가고,
눈으로 사랑을 확인하며,
눈으로 신뢰를 다시 쌓는다.


우리가 다시 가까워질 수 있었던 건,
거창한 사과 때문이 아니라,
눈을 다시 마주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로의 눈에 머물기.
거기서부터 모든 관계는

회복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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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노력하고 있다.

아이와 눈을 마주 보고 얘기하기.
배우자와 이야기할 때 핸드폰 내려놓기.

질문을 할 땐
그 사람의 눈동자 안까지 바라보기.

그 작은 습관이
하루의 온도를 바꿨다.

눈빛은 말보다 먼저 전해지는 언어다.


그리고 그 언어는
더 솔직하고, 더 날카롭고, 더 따뜻하다.


오늘 당신은
누구의 눈을 진심으로 바라봤나요?


가족의 눈을 피하지 말고

직면해 보세요.


거기서부터
‘그만하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용기로
바뀔 수 있습니다.




다음 편 예고
6편. [격차] 나는 이해받고 싶은데,

당신은 설득하려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가
왜 이렇게 자주 어긋날까?
나는 이해받고 싶었는데,
당신은 나를 고치려고 했다.

우리는 같은 언어를 쓰지만,
다른 목적의 말을 하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는
‘듣기 위한 말’과 ‘이기기 위한 말’의

간극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그 틈을 메우기 위한 연습,
이제 함께 해보려 합니다.

월, 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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