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하고 싶다

4편. [후회] 아이 앞에서 소리쳤다, 그리고 울었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그날,
나는 폭발했다.


참고 참던 말이
도저히 안에 머물러 있지 못했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게 짜증이었다.
말투 하나, 표정 하나,
하물며 밥그릇 놓는 소리마저 날 건드렸다.



그리고 결국,

아이 앞에서 소리를 질렀다.

“그만 좀 해!”
“왜 자꾸 말 안 듣는 거야!”


그 말이 터져 나오고
순간, 정적이 흘렀다.


아이는 그 자리에서 멈췄고,
눈이 동그래졌다.

그 표정을 나는 잊을 수 없다.

놀람, 두려움, 그리고 실망.
그 작은 얼굴에 그 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더 아팠다.
차라리 울기라도 했으면,
차라리 뭐라고 말이라도 했으면.


그저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조용히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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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울었다.

그 울음은 죄책감이었다.
미안함이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실망한 마음이었다.

내가… 이럴 사람이었나.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사랑한다면서, 왜 그 사랑을
저렇게 폭력적으로 표현했을까.

아이에게 가장 안전한 존재가 되어야 할

엄마이자 아빠인 우리가,
감정에 휘둘려
가장 소중한 존재를 다치게 했다.


말로 때린 거다.
표정으로 밀어낸 거다.
침묵으로 외면한 거다.


나는 아내와 마주 앉았다.
둘 다 말이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탓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우린 둘 다 지쳐 있었고,
둘 다 아이 앞에서 무너졌으니까.

"어떡하지?"
"이렇게 키워도 되는 걸까?"
"우리 아이 마음속에 뭐가 남았을까?"


그날 밤,
나는 아이의 방문 앞에 섰다.
노크를 했다.

작게 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에 엎드려 있는 아이 옆에 앉았다.

“아빠가 아까 너무 소리 질러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 알았는데…
아빠가 너무 화가 나 있었어.”

아이의 어깨가 꿈틀 했다.

조용히 눈물이 흐르는 걸 보았다.

나는 말없이 아이를 안았다.
그리고 같이 울었다.


아이에게 사과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부모도 틀릴 수 있다는 걸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


그게 진짜 교육이었다.

“아빠도 완벽하지 않아.
그래도 너한테만은
다시 배우고 싶어.”


그 말에
아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자주 실수한다.
사랑하지만, 다치게 한다.
좋아하지만, 짜증을 낸다.

지켜주고 싶지만,
자꾸 버럭하고 후회한다.

그게 부모의 민낯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실수 후에 무엇을 하느냐다.
소리쳤다면,
사과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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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게 했다면,
더 많이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부끄러운 감정에 갇혀
아이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부모보다,
미안함을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더 용기 있는 부모다.

그리고 그 다음날,
우리는 다시
아침밥을 함께 먹었다.

아이는 웃었고,
나도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제… 아빠 미웠지?”
“응… 조금.”
“그래도 아빠는 너 사랑하는 거 알지?”
“알아.”


그 웃음 한 줄에
모든 후회가
조금은 회복됐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자주 드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죄책감이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
그만큼 자꾸 부족해지는 현실.


하지만,
그 부족함을 감추지 않고
아이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것.

그게 진짜 가족의 관계다.

오늘도 감정이 흔들리는 순간이 올 것이다.
또 언성이 높아지고,
표정이 굳고,
말보다 한숨이 먼저 나올지도 모른다.


그때,
잠깐 멈추자.
그리고 이렇게 말해보자.

“내가 지금 감정이 올라왔어.
조금만 기다려줄래?”


그 말 한 줄이
싸움을 막고,
아이의 마음을 지키고,
우리 가정을 한 뼘 더 성장시킨다.



다음 편 예고
5편. [눈빛] 말보다 먼저 전해지는 감정의 언어

말이 없어도,
눈빛은 모든 걸 말해버린다.
사랑도, 서운함도, 실망도, 애정도.
아이도, 배우자도, 그 눈빛을 기억한다.
다음 편에서는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내뿜고 있는
감정의 신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눈빛은 가장 솔직한 언어다.
그리고 때로,
가장 아프게 남는 말이기도 하다.

월, 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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