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그 ‘유혹’과 ‘위험’ 사이에서
나는 한 달에 두번씩 교도소 환자를 진료한다. 진료 환자의 약 70%가 마약사범이다. 대마, 필로폰, 펜타닐, 공업용 본드 등 종류도 다양하다. 내원하는 환자도 점점 많아져서 요즘은 시간 내 진료하기도 벅차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soft drug(대마)에서 hard drug(필로폰, 펜타닐)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 아주 작은 호기심과, 우연한 권유를 잘 넘겼다면 삶이 달라졌을 거라며 뒤늦은 한탄을 한다. 마약은 예방이 최선이다. 이미 hard drug의 맛을 본 사람들은 되돌아 나오기가 어렵다. 댐이 터지기 전에, 둑부터 막는 게 순서다. 이미 둑 여기저기 물 새는 조짐이 보이지만, 아직은 기회가 있다.
대마는 현재 알코올과 담배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향정신성 물질이다. 대마 사용을 비범죄화를 국가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국내에서도 2019년부터 의료용 대마 처방이 가능해졌다. 대마 사용을 합법화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만 극단적인 사례만을 단편적으로 논의해서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대마만큼 오해와 낭설이 많은 약물도 없다.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스스로 판단해 볼 기회가 필요하다. 최신 지견을 바탕으로 대마에 대한 흔한 오해를 정리해 보았다.
1) 대마는 마약이 아니다?
2020년 12월, UN 마약위원회(Commission on Narcotic Drugs, CND)가 대마를 마약목록에서 재분류하였다. 이를 근거로 온라인 상에서 대마가 마약의 오명을 벗었다는 식의 언급이 많다. 하지만 의료용 대마의 가능성을 인정하여 치료 목적의 유용도가 낮은 스케줄 IV에서만 제외하였 뿐이다. 여전히 스케줄 I(위험도가 가장 높은 마약)에는 계속 포함되어 있으며, 이 항목에는 LSD, 헤로인 등이 있다. 즉, 대마가 통제물질 중 가장 위험한 마약 중 하나라는 기존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2) 대마 합법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므로 수용해야 한다?
대마의 고유한 성분을 카나비노이드라고 하며, 대표적으로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와 CBD(카나비디올)가 있다. 이 두 성분의 비율에 따라 대마는 독특한 정신활성 효과를 나타낸다. 이 중에 THC는 강한 환각효과와 중독성을 지닌다. 대마가 안전하다는 대중적인 인식은 THC 함량이 3~4%에 불과했던 1970년대 이전의 대마 사용 경험에서 출발한다. 현재 개량된 품종의 THC 함량은 25% 이상이며, 농축된 대마추출물에서는 80%를 넘는 것도 있다. 게다가, 대마에는 100가지 이상의 카나비노이드가 섞여 있는 데다가 대부분의 작용기전은 여전히 잘 모른다. 최근 미국심장협회에서는 SNS 상에서 대마의 이점만 주로 강조하여 대중이 안전하다고 오해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주1) 또한 대마는 심혈관 질환 및 뇌졸중을 일으키거나,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우려했다. 남미나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 기호용 대마 사용을 합법화한 이유는 대마가 안전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미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대마 사용이 만연한 상태에서 부작용에 특히 취약한 청소년 집단을 보호하기 위함이 목적이었다. 지자체에서 거두는 관련 세금 수익이 막대하기 때문에 이제는 되돌리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버렸다. 최근에 대마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조금씩 변화의 흐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마의 합법화 여부는 유행 따라 결정할 성질의 사안은 아니다.
3) 대마는 정신적으로 도움이 된다?
기호용으로 대마를 사용한 사람들은 고양감을 느끼고, 불안이 줄어들며, 이완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 이는 대마의 주성분인 카나비노이드가 스트레스, 기분, 식욕 및 수면을 조절하는 체내 카나비노이드 시스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주, 장기간 사용할 경우 오히려 체내 카나비노이드 시스템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마의 THC는 청소년이나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뇌 발달을 방해하고, 조현병 발병을 유발한다. CBD 성분은 불안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들이 있지만, 대부분 연구 설계가 미흡하고, 최근 연구일수록 효과가 미미했기 때문에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미국과 영국의 정신의학협회에서는 현재까지의 근거로는 이득보다 위험이 훨씬 크기 때문에 대마 관련 약물을 정신의학적 치료 용도로 사용을 권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4) 대마는 더 위험한 마약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의료용 대마가 허가되어 2019년부터 소아 간질이나, 난치성 통증 등에 한해 처방되고 있다. 다발성경화증이나 암과 같이 통증이 심한 질환에서는 오피오이드 계통 약물을 주로 사용한다. 진통효과는 강하나, 내성과 의존성이 심해서 오남용 문제가 크다. 의료용 대마 사용의 역사가 20년이 넘은 미국에서는 대마가 오피오이드 약물 사용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기를 기대해왔다. 2014년, 유력 학술지인 JAMA 내과의학에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주2)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의료용 대마가 허용된 지역에서 오피오이드 과다사용으로 인한 사망률을 조사했더니 무려 25% 가량 줄어들었다. 이 결과는 한동안 대마 합법화를 지지하는 주요한 근거가 되어왔다. 하지만 2019년 PNAS에 발표된 논문에서 이를 뒤집는 결과가 나왔다.주3) 2010년 이후 2017년까지 약 7년을 더 추적조사 한 결과, 사망률이 오히려 약 23% 증가한 것이다. 여러 이유들이 있을 수 있으나, 합법화된 대마가 결국 더 심한 의존성 약물로 가는 관문(gateway)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 대마를 사용을 한다고 해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대마의 합법화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대마는 다른 마약류에 비해 흥분이나 공격성을 유도하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삼는다. 대마가 폭력적 행동과 직접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있다. 그러나 최근 많은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마 사용이 신체적 폭력과 관련될 가능성이 높았고주4), 대마초를 사용하고 나면, 향후 폭력적 행위가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주5,6) 특히 대마 사용으로 초래되는 운전의 위험성은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가장 큰 문제이다. 대마를 사용하면, 행동이 느려지고, 운전 시 조향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충돌사고의 위험이 거의 2배로 높아졌다. 사고 위험은 사용량에 비례하며, 대마 합법화 이후 해당 주의 자동차 사고가 증가한 사실 역시 관찰되었다.
6) 대마관련물질은 모두 위험하고, 항상 회피해야 한다?
대마가 전적으로 무용한 것은 아니다. 대마 덕분에 체내에 카나비노이드 시스템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는 의학적으로는 매우 큰 진전이었다. CBD와 같은 일부 대마추출약물은 마땅히 다른 대안이 없는 난치성 질환 치료에 꽤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 또한 분해효소를 억제하여 체내 유래 카나비노이드를 높이는 기전의 약물은 대마의 카나비노이드와 달리 내성과 의존성이 없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지만, 지방산아미드가수분해효소(fatty acid amide hydrolase, FAAH) 억제제는 불안을 줄여주고, 정신적 외상 기억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효과를 보였다. 실제로 임상에서 활용되기까지는 통과해야 할 관문이 많지만, 향후 검증과정을 충분히 기다려볼 만하다.
언젠가 진료 중에 교도소 환자가 물었다. 이런 것도 못하면 무슨 재미로 사냐고. 답을 줄 수는 없었다. 실은 쾌락을 좇는 법을 묻는 게 아니었다. 고통스러운 감정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겠냐고 절실하게 되묻고 있었다. 비록 형사적 처벌을 받고 있지만, 이들 중에 상당수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대마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와 오해가, 이들을 치료와 재활이 아닌, 재발과 재범의 위험으로 내몰 수 있다. 대마는 여전히 청소년기 뇌손상과 중독성, 약물상호작용 위험이 높아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중독성 물질이다. 대마가 의학적 효과와 위험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선 여전히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주1) Testai FD, Gorelick PB, Aparicio HJ, Filbey FM, Gonzalez R, Gottesman RF, Melis M, Piano MR, Rubino T, Song SY; American Heart Association Stroke Brain Health Science Subcommittee of the Stroke Council; Council on Arteriosclerosis, Thrombosis and Vascular Biology; Council on Cardiovascular and Stroke Nursing; Council on Lifestyle and Cardiometabolic Health; and Council on Peripheral Vascular Disease. Use of Marijuana: Effect on Brain Health: A Scientific Statement From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Stroke. 2022 Apr;53(4):e176-e187.
주2) Bachhuber MA, Saloner B, Cunningham CO, Barry CL. Medical cannabis laws and opioid analgesic overdose mortality in the United States, 1999-2010. JAMA Intern Med. 2014 Oct;174(10):1668-73. doi: 10.1001/jamainternmed.2014.4005. Erratum in: JAMA Intern Med. 2014 Nov;174(11):1875.
주3) Shover CL, Davis CS, Gordon SC, Humphreys K. Association between medical cannabis laws and opioid overdose mortality has reversed over time. Proc Natl Acad Sci U S A. 2019 Jun 25;116(26):12624-12626. doi: 10.1073/pnas.1903434116. Epub 2019 Jun 10.
주4) Dellazizzo L, Potvin S, Dou BY, Beaudoin M, Luigi M, Giguère CÉ, Dumais A. Association Between the Use of Cannabis and Physical Violence in Youths: A Meta-Analytical Investigation. Am J Psychiatry. 2020 Jul 1;177(7):619-626. doi: 10.1176/appi.ajp.2020.19101008. Epub 2020 May 27.
주5) Dugré JR, Dellazizzo L, Giguère CÉ, Potvin S, Dumais A. Persistency of Cannabis Use Predicts Violence following Acute Psychiatric Discharge. Front Psychiatry. 2017 Sep 21;8:176.
주6) Dugré JR, Potvin S, Dellazizzo L, Dumais A. Aggression and delinquent behavior in a large representative sample of high school students: Cannabis use and victimization as key discriminating factors. Psychiatry Res. 2021 Feb;296:11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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