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보안] 6. 4차 산업의 편리와 위험
좋아진다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최근 드론과 스마트카, 스마트홈 등으로 대표되는 IoT(Internet of Thingsㆍ사물인터넷)가 일상생활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 정보기술을 연구하고 자문하는 미국의 가트너(Gartner)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연말까지 208억 개의 IoT 기기가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하니 정말 폭발적인 증가세다.
IoT 기기 사용이 일반화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컴퓨터 기기의 사용량이 그만큼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컴퓨터는 즐거움, 업무를 위한 기기인 동시에 악의적 해커의 공격 대상이다.
스마트홈의 경우 무선 공유기를 비롯해 가정용 전원 컨트롤, 난방제품 제어 등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외부에서도 집안의 각종 기기들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퇴근하면서 히터 및 에어컨을 미리 켜놓거나, 깜빡 잊고 켜놓은 TV, 가스레인지를 외출한 상태에서도 끌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각오해야만 한다. 인터넷이라는 환경은 해커에게도 열려 있기 때문이다.
헤커에게 해킹된 스마트홈 기기는 예기치 않은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하루 종일 에어컨을 가동해 상상치 못할 수준의 전기요금이 부과되게 할 수도 있고, 스마트 TV를 해킹해 집안 풍경과 음성을 녹화할 수도 있다. 최근 판매되고 있는 스마트 TV들의 경우 내장된 스피커 기능을 통해 집안의 각종 소리를 녹음하고 외부로 유출할 수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기능은 미국 CIA에 의해 악용되어 개인을 감시하는 용도로 활용되다가 발각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마트 가전기기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몇 년 전 창원시의 한 주부가 최신 로봇 청소기에 청소를 맡기고 거실에서 낮잠을 자다 로봇청소기에 머리카락이 빨려 들어가 119에 구조된 사례가 유명하다. 거실 바닥에 펼쳐진 머리카락을 청소 대상으로 판단하면서 벌어진 사고다. 해커에 의한 해킹은 아니지만 최신 기술이라고 무조건 안심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되며 해외에서는 크게 대서특필 되었던 사례다.
스마트카의 경우는 그 잠재적 위험성이 심각하다.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국내 한 자동차 제조 대기업이 스마트카를 개발하고는 자신 있게 국내 화이트 햇 해커 집단에게 '뚫을 테면 뚫어봐'라고 큰 소리를 쳤다가 순식간에 원격에서 해킹되어 자동차 문 개방, 라디오 등 기기 조정, 핸들 조정 등이 가능해지자 유구무언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재미로 웃고 즐기기에는 내포된 위험이 너무 높아 웃을 수 없는 일화다.
개인적으로도 자동차를 컴퓨터로 재인식하게 만든 사례가 있다. 기기판의 오작동으로 별 수 없이 수리를 위해 자동차공업사를 찾았을 때 정비하시는 분이 해주신 말씀 때문이다. 그전에 방문한 수리센터에서 1박 2일을 점검하고도 수리하지 못했는데, 10분 만에 수리가 끝났다며 나를 불렀다. 너무 황망하여 '이렇게 빨리'라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 수리했는지를 물었더니, 그 답변이 "내부 컴퓨터 기기를 완전히 껐다 켰습니다"였다. 흔히 말하는 컴퓨터 재부팅이었다. 머리를 탁 한 대 맞은 듯한 느낌과 함께 '그래 자동차에도 컴퓨터가 들어가지'라는 생각을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스마트카를 타고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도중 해킹을 당했다고 생각해 보자. 운전 제어권을 상실하여 속도도 조절하지 못하고 제동장치도 말을 듣지 않는다. 나와 가족의 생사는 이제 해커의 손에 달려있다. 상상만으로도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사고는 지금도 발생 가능하다. 지금 출고되고 있는 스마트카들은 말 그대로 컴퓨터이기 때문이다.
드론의 경우는 이미 사고가 실제화되고 있어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드론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드론과의 충돌이나 고속으로 회전하는 날개로 인한 부상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은 아직 취약하다.
심각한 문제는 드론을 통한 사생활 침해 및 테러 가능성이다. 드론 조종자는 헬멧을 통해 드론에 설치된 카메라에 비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이 기능을 악의적 목적으로 이용해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고 녹화를 할 수도 있다.
일본 수상관저로 독극물을 싣고 날아들었던 드론 테러 사건은 기존의 경호시스템이 신기술 앞에서 얼마나 무력했는지를 알려주는 사례로 종종 활용되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무술의 고단자도 하늘을 통한 침투에는 속수무책인 것이다. 드론을 통한 테러방지 기술 연구를 가속화시킨 사건이었다.
글로벌 기업 구글은 드론을 이용한 택배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서비스의 가장 큰 위협은 배달 중인 드론의 고장이나 악의적 해커의 방해 작업으로 인해 드론이 사람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경우다. 도심 한복판을 날아다니다가 공중에서 떨어지는 드론에 머리를 맞는다면 큰 부상은 물론이고 심할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그야말로 머리 위로 잠재적 폭탄이 날아다니는 셈이다.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IoT를 통한 서비스를 내놓거나 개발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그리고 한결같이 인간을 위한 편리함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말 인간을 편리하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위험요소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