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보안] 12. 공포의 휴대폰

분실은 곧 지옥이 된다

정보보호 업무를 중요 업으로 삼고 있는 입장에서 개인과 관련하여 가장 주의하는 존재가 있는데, 바로 휴대폰이다. 보통 한번 사면 5년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데, 특별히 고장 나지 않는 한 재구매를 하지 않는 편이다. 이를 역으로 따져보면, 내 휴대폰에는 수년간에 걸쳐 축적된 나에 대한 그리고 나와 관련된 정보가 누적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개인 사생활의 집약체인 것이다.


휴대폰과 관련하여 인상 깊게 남은 영화가 한편 있다. 2019년 초에 일본에서 개봉된 영화로 공포영화 '링'을 제작한 나가타 히데오 감독이 제작한 새로운 형태의 공포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이다. 상영 당시 일본 전역에서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면서 여러 지면을 장식하며 이슈를 불러일으킨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는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는데, 일본 중견 출판사 타카라지마사가 주최한 제15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에 선정된 동명 미스터리 소설을 전격 영화화한 작품이다. IT기기를 삶의 일부분처럼 인식하고 있는 현대인이 접할 수 있음 직한 공포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충격적인 소재 발굴이라고 평할 수 있다. 동시에 사생활 침해가 일상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에 '왜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방법으로 나름의 해답을 주기에 충분하다.


줄거리는 이렇다. 평소와 다름없는 어느 날, 주인공은 실수로 휴대폰을 떨어뜨려 잃어버리고 만다. 놀란 마음에 황급히 찾아보지만 휴대폰은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분실했다는 사실에 주인공은 낙담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일상에서도 흔히 발생하는 상황으로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정작 문제는 그다음부터 발생한다.


우연히 주인공의 휴대폰을 습득한 누군가가 휴대폰을 해킹해 그 속에 담긴 내용을 입수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휴대폰에 남긴 사진과 영상, 지인들의 정보와 연락처들을 이용해 주인공과 그 연인을 협박하며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제 주인공과 그 연인의 평온했던 일상은 파괴되고, 악몽과도 같은 공포의 시간들이 시작된다.


무엇보다 이 영화(원작은 동명의 소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제목이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라는 제목만으로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 영화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생활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아무런 의식 없이 휴대폰 속에 자신과 타인의 정보, 사진, 영상 등 중요한 내용을 저장하여 남기고 있다. 남에게 알리거나 공유되면 안 되는 내밀한 정보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정작 그 내용들이 타인의 손에 들어갔을 때 어떤 상황이 펼쳐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일본에서 상영되자마자 화제가 되어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2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마도 영화를 본 사람들은 사용하던 휴대폰을 분실하면서 발생하게 된 공포와 비극적 상황을 보며 혹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동시에 편리하게만 사용하던 휴대폰이라는 존재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금 현대인의 삶은 어떠한가. 어느 누구도 휴대폰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사회생활도 휴대폰 없이는 불가능하다. 출퇴근 처리 등 주요 업무를 휴대폰을 통해 처리하는 기업도 존재한다. 그야말로 현대인의 삶이 휴대폰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휴대폰을 잃어버리면 삶의 대부분이 정지되어 버리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더욱더 휴대폰에 집착하게 되고, 사생활의 많은 부분을 휴대폰에 저장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들은 그 모든 내용들을 오직 나만 볼 수 있을 거라는 잘못된 믿음 하에 휴대폰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삶을 파괴하고 송두리째 뒤흔드는 비극과 공포는 삶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평소 아무런 감정 없이 사용하고 있던 휴대폰이라는 생활기기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로 탈바꿈될 수 있는지를 이 한 편의 영화가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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