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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보안 2] 6. SmartHome의 시대

Home Home Sweet Home?

한때 아파트 월패드 해킹으로 인한 사생활 노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편안하고 비밀스럽다고 생각했던 집 안에서의 내밀한 사생활이 해커에 의해 낱낱이 노출되고 있었다는 분노와 당혹감이 원인일 것이다. 분노와 당혹감은 정부기관의 무대책 비판에 멈추지 않고 개인의 사생활 보안에는 관심 없는 건설회사 비난에까지 이르렀다.


혹자는 이러한 유형의 사건이 마치 한국에서만 발생한 사고인 듯 과장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 국가들에서도 아파트나 일반 가정집의 전자기기
가 해킹돼 영상 등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고는 오래전부터 이미 발생해 왔고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


정작 이런 유형의 사고에서 짚어보아야 할 점은 사고 자체가 아니라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까 이다. 어째서 이런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되새겨 반성하고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고 발생 그 자체에만 관심을 둬 비난에만 열중하게 되면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어렵게 된다. 도리어 단기적 졸속대책 마련에 집중하는 부작용으로 사고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 


월패드 해킹사고도 마찬가지다. 단기적 대책에 집중해서 '아파트 주택별 망분리' 등의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 현장의 상황을 살피고 보안전문가들의 의견을 심사숙고해도 모자란 상황에 진지한 고려 없이 대책들이 마구잡이로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대책들은 건설회사에게는 건축비용의 압박으로, 입주자들에게는 입주비 상승의 압박으로 작용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대책들이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데 있다. 아파트가 아닌 일반 주택의 스마트 월패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월패드 해킹사고에 대해 침착하고 냉정하게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사건의 본질은 어느 집의 월패드 한대가 해킹당했다. 더해 그 한대와 같은 기종의 수많은 월패드가 해킹당했다. 아파트 아닌 일반 주택에서도 사용하는 월패드이고 일반 주택에서도 발생하는 사고다.


그런데 집에는 월패드 말고도 해킹 대상이 무수히 많다. 최근 판매되고 있는 가전기기들은 모두 영리함을 의미하는 '스마트'를 표방하고 있는 컴퓨터가 내장되어 있고 모두 해커의 표적물들이다. 스마트 TV, 스마트 냉장고, 스마트에어컨, 노트북, 스마트 CCTV, 스마트 키친, 스마트 비서 등등. 집안에 놓인 무수히 많은 스마트 기기 중 하나가 월패드였을 뿐이다. 인터넷으로 접속 가능한 스마트 월패드.


다시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돌아가 보면 월패드가 해킹된 것은 결과이지 원인은 될 수 없다. 따라서 그 대책도 단순히 월패드 해킹사고에만 집중돼서는 안 된다. 대책은 스마트홈 그 자체에 집중돼야 한다. 점점 증가하고 있는 스마트 기기들로 채워지게 될 현재와 미래의 가정집. 그 집의 월패드가 아닌 집 자체 즉 스마트홈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은 스마트 기기의 개발과 편의성 강화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각종 스마트 사업들이 진행돼 왔다. 스마트홈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첫 시작부터 함께 달려왔어야 할 기기 보안에 대한 투자와 관심은 예산 문제와 비용 문제를 핑계로 의도적으로 제외돼 왔고 그 결과가 월패드 해킹 사고로 나타난 것이다. 오래전부터 정보보안 분야 전문가들이 보안 기능을 제외한 절름발이 사업 진행에 대해 우려하고 지적했던 상황이 사고로 표출됐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이제부터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되짚어보고 스마트홈 사업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스마트기기들로 채워지게 될 미래의 집, 즉 스마트홈의 보안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한다.


발생한 한 개의 사고처리를 위한 단기적 졸속대책에 치중되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월패드 사고는 앞으로 발생하게 될 수많은 스마트 기기 사고의 하나였을 뿐이다. 스마트 TV, 스마트 냉장고, 스마트 CCTV 등이 해킹될 때마다 제각각
의 대책을 제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파트 주택별 망분리가 해킹 예방의 근본적 대책이 되지도 못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하나의 사고에 대한 탁상공론식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다. 해커가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는 집이라면 결코 Home Home Sweet Home이 될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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