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보안 2] 8. 온라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오프라인의 감성은 사라지게 될까?
요즘 금융회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기존의 영업점을 줄이면서 동시에 인력도 줄이는 몸집 줄이기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온라인 금융처리가 일반화된 지금, 굳이 고객이 찾지 않는 영업점과 인력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고용인력의 감소라는 측면에서는 연봉 높고 복지 좋은 직장들이 사라진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일부 노년층을 제외하고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온라인 금융서비스 이용에 거부감이 없는 것이 지금 현실이다. 생각해 보면 금융회사의 영업점 축소와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절감은 이미 예견된 결과인 셈이다.
IT 기술을 이용한 금융서비스는 상당한 깊숙이 생활에 침투되어 있다. 최근에는 금융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은행이나 증권사를 방문한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 지경이다. 대출까지도 영업점 방문 없이 스마트폰으로 가능했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심지어 보험가입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화 한 통과 본인인증이면 해결된다.
지금이 이 정도이니 미래에는 아예 영업점이 없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해 보면 이런 변화의 추세가 인터넷은행이 출범하고 핀테크 기업들이 생겨난 것이 가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환경의 변화가 금융회사에게는 영업점을 줄이고 인력을 줄이는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우리 실생활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의 변화가 달갑지 않은 사람들도 존재한다. 아직 많은 수의 노년층 분들은 온라인 환경이 익숙하지 않다. 영유아기에서 소년기, 중년기까지 살아왔던 인생의 수십 년 동안 직접 수작업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에 적응된 세대이기 때문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갑작스럽게 촉발된 현재의 IT사회를 따라잡아 보고자 했으나 아무리 잰걸음으로 서둘러도 결국엔 따라잡지 못하고 적응에 실패한 분들이 많다.
분식집이나 햄버거 가게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한 주문이 어려워 수십 분 동안 시도했으나 주문에 실패하고 당혹감과 서러움에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는 어느 노부인의 이야기는 다시금 시대의 변화에 뒤처져버린 이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분노를 되새기게 한다. 이분들은 은행 계좌에 돈이 있어도 직접 영업점에 가지 않으면 돈을 찾을 수 없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아무리 좋아도 전화 걸고 받는 것, 문자 받는 것 외에는 쓸모가 없다. 문자 입력도 어려워해 문자 보내기는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영업점이 점점 줄어들고, 점원 없이 키오스크만 존재하는 무인 가게가 늘어나고, 스마트폰을 통해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는 현실이 두려움이고 걱정이고 공포이다.
문득 생각해 본다. 정말 이대로 은행 영업점에서 직원분을 통해 설명을 듣거나 안내를 받는 그런 오프라인의 감성은 점차로 완전히 사라지게 될까? 혹시 미래에는 친구들을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현실 속에서만 만나느라 실제로 만나 웃고, 떠들고, 소통하고, 접촉하면서 서로 간의 친밀감과 신뢰감을 만드는 과정은 없어지는 것일까! 혹시 남녀 간의 만남과 연애도 가상현실에서 이루어지게 될까! 첫 만남의 긴장, 처음 손을 잡던 떨림과 애틋함을 가상현실 속에서 느껴야 하는 때가 오게 될까!
설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아무리 IT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사람끼리 만나 서로 온기를 나누고 대화하고 정을 나누는 삶을 갈구하는 욕망이 우리 맘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서운 생각도 든다. 사람 간의 빈부의 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있듯 미래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비스 차이 역시 빈부의 격차로 인해 나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수의 상류층에게만 제공되는 오프라인 감성서비스. 지금은 누구에게나 당연하게 생각되는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들이 미래에서는 오직 소수에게만 제공되는 서비스로 차별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이 서비스로 차별화된 세상. 사람 만나기가 어려워지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오게 될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