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행 버스를 세운 여자.
늘 그저 두려웠다.
언제 갑자기 기절할지 모른다는 공포
여의도로 출근하는 버스를 세운 적이 있다.
아침 출근시간은 모두가 일이십 분이 아까운 시간이다.
무려 그 여의도 직장인들의 출근을 책임지는 그 만원 버스 안에서 기절한 것이다.
버스는 멈추었고, 119 구급차를 기다렸다.
정신이 들었을 때 이미 많은 사람들의 욕이 들렸다.
나 하나 때문에.. 몇 명이 지각을 하게 되었을까.. 눈을 뜨기도 미안한 상황이었다.
그때 한 학생이 나서서
" 출근보다 사람이 먼저잖아요! "라고 매우 크게 외쳤다.
일순간 정적.. 웅성거림은 조용해졌다.
가끔 이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래도 내가 살아도 되는구나 싶었다.
쓰러져있는 와중에도 느껴진다.
119를 둘러싸고 지나는 사람들의 많은 시선과 속삭임들이
그 시선들이 나를 더 힘들게 했었다.
' 괜찮냐는 말. 정신 차려보라는 말, 말 좀 해보라고.. '
너 나할 것 없이 흔들어 깨우는 그 말들이 날 더 깨어나고 싶지 않게 했다.
그렇게 병원에서 도달하면 끝이 아니었다.
가장 고역인 것이 남았다.
나 역시도 그 지각에 대해, 결근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것.
그다음 날 출근해서 직원들에게 받아야 하는 질문들.
나는 그런 사건이 있은 후로 그 직장에 오래 다니기 어려웠다.
그 날이 한참 지날 때까지도
이제 괜찮냐는 질문들..
일도 함부로 못 시키겠다는 말들에 상처 받았고 위축되었다.
물론 나도 안다.
진심으로 걱정돼서 하는 말이기도 하다는 것을.
하지만 한동안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속삭거림이
나를 향하지 않을 때에도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자격지심으로 발전하곤 했다.
나는 한동안 그 버스를 타지 못했다.
그 버스 안에서의 숨 막힘이 자꾸만 떠올라서..
같은 일이 반복될까 봐..
그들 중 누군가 나를 기억할까 봐.
버스는 나에게 트라우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