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결혼 체질이니?
결혼은 내가 사랑한 남자만 나에게 오는 것이 아니다.
연애할 때의 남자 친구만 아니라,
그 남자가 가진, 엮인 모든 것들이 통째로 따라온다.
조직생활도 마찬가지로
다른 팀원이나 직무가 다 마음에 들어도
한두 사람 유별나게 맞지 않고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회사가 가기 싫어지듯
결혼생활도
남편이 데리고 오는 모든 사람들, 환경, 관습 중 한두 가지만 맞지 않아도
그로 인해 갈등은 발생하게 되는 듯하다.
어찌 다른 문화가 만나는 데 딱딱 부합하겠는가
한두 가지 맞지 않는 부분이 발생 또는 발견되기 마련인 것을.
결혼은 사랑하는 것 말고 다른 이유로 결혼을 하게 되면
그 다른 이유 때문에 결혼생활이 힘들어진다던데
대체 얼마나 사랑을 해야 결혼생활이 힘들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요즘은 결혼 준비도 길고, 코로나로 인해 결혼 준비하다가 다시 생각할 기회를 얻게 되면서
주변에서 신혼인 나에게 메리지블루를 앞세워 상담이 많다.
조언을 해주려다 보니 나 역시도 자꾸 나의 결혼생활을 더듬거려보게 된다.
대다수가 결혼을 한다 해도 결혼이 맞지 않는 체질과 조합이 있지 않을까?
코로나가 준 마지막 기회를 잘 활용하여
다시 한번 나의 성향과 예비신랑을 포함한 그 문화를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내 사랑은 어디까지 부정교합까지 맞춰갈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충분한 시나리오와 시뮬레이션과
질리도록 많은 대화를 하고 결혼하길 권한다.
현모양처에 시댁에도 잘하는 며느리는 이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여겼던 나 역시도
분명 싱글일 때 생각지 못한 착한 며느리병은 마치 내재했던 질병처럼
때때로 튀어나와 나에게 죄책감을 주곤 하니깐.
매사에 걱정도 팔자인 나는
남편과 결혼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두고
사랑의 서약이니 결혼 계약서 등등 회사생활처럼 문건을 만들어
결혼 전부터 이런저런 상황에 대한 원칙과 매뉴얼을 작성해두었었다.
하지만,
회사생활은 계약서대로 이행하면 일 잘하는 사람일지라도
결혼생활은 천하에 야박한 여자가 되더라.
그래도 그 무쓸모의 문서라도 한번 작성해보며 나와 그를 다시 한번 알아갈 의미는 있다고 본다
남편이 같이 데리고 오는 그가 속한 우주 전체를
내가 그저 감당할 수 있는지 찬찬히 검토해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