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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음빛 북프랜 Dec 03. 2019

"오빠가 새언니한테 잘하니깐,
그 대신..?"

대리 효도 강요는 어떤 논리에서 오는가.

시누이는 말했다.

" 나는 새언니를 볼 때, 시누이가 아니라 나도 같은 며느리 입장에서 보려고 노력하거든."

자신이 매우 합리적인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인심 써서 며느리의 편에 서서 봐주려고 노력한다는 뉘앙스이다.


막무가내의 시누이 짓이 아니라는 자기 합리화..

그렇지만 싫은 소리를 이제 시작하겠다는 인트로 멘트!


같은 며느리 입장에서 봐줄 필요도 여자 입장에서 봐줄 필요도 없다.

그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오빠(내 신랑)와 며느리를 동등한 입장에서만 봐줘도 된다.

(더 솔직하게는.. 우리 가정을 굳이 시누이가 봐주지 않아도 된다)


" 오빠가 새언니한테 잘하니깐. 그 대신 새언니가 시어머니한테 좀 살갑게 대해야 하는 거 아니야?"

결혼한 지 한 달 된 친오빠에게 하는 시누이의 카톡이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이제 막 결혼한 신랑이 신부에게 잘하는 일? 이건 당연한 게 아닌가.."


더구나 오빠가 자신의 아내에게 잘하기 때문에, 

며느리(새언니)는 그 대신 시어머니에게 자주 전화하고 살갑게 굴어야 한다는 

저 말에 많은 생각이 스쳤다.

 

아내에게 남편이 잘하면, 아내는 그 남편에게 잘하는 게 오히려 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가?



자신의 남편과 시댁을 한참 까내리던 며느리가

나의 결혼을 통하여 시누이의 지위를 얻었다.


시누이가 된 며느리의 "며느리라면 응당 살가워야지, 무장한 애교를 장착한 새언니를 기대했는데 아쉽다"는

저 태도는 가치관을 혼란스럽게 했다.


며느리였던 시누이는 더 시누이다.


여전히 서울대 나와서 대기업 다닌다는

그 똑똑한 시누이의 논리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밤이 이어진다.


왜 성인남녀가 서로 합의하에 하는 결혼에,

결혼식을 기점으로

신랑에게는 "큰손님"이라는 지위가,

신부에게는 여러 의무가 딸려오는 "며느리"가 되어야 하는 건지 설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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