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 인터뷰를 보고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시험기간도 끝나고 무얼하며 놀까 궁리하며 법대 지하에 있는 학회실에 모여 있었는데,한 선배 언니가 들어오며 잘라온 신문지를 내밀었다.
" 우리 여기 가 볼까? "
신문엔 이태원의 이색 식당을 소개하는 주말용 기사가 실려 있었다.
선배언닌 그 중에서도 이란 음식을 하는 식당을 손으로 짚으며 엄청 맛있고 이색적인 곳일 것 같으니 가보자고 했다.
그 때만해도 베트남 쌀국수 집도 흔치 않던 시절이었고, 포항에서 상경한 난 이태원엔 한번도 가 본 적이 없었기에 신나고 설레는 마음으로 동기들, 선배들과 지하철을 탔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 가 본 이태원 골목은 너무나 신기하고 멋진 곳이었고, 찾아간 신문에 나온 식당에서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이 나왔을 땐 아마 싸이월드에 올리겠다고 흥분해서 디카로 사진도 찍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 때 이후 이태원에 자주 가게 되었다.
대학생 땐 시험기간이 끝나거나 집에서 용돈이 들어오는 날 데이트를 하러 가기도 하고,
고시 공부를 할 때에도, 로펌에 취직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서울에 사는 이상은 특별할 것 없이 종종 가게 되는 곳이 이태원이었다.
결혼 후엔 이태원에서 가까운 동네에서 살기도 했기에 더 자주, 일상적으로 가는 곳이 되었다.
2017년 11월, 내가 사는 이 곳 포항에선 지진이 났었다.
6.0이 넘는 최고 기록의 지진.
5년 전 그 날 난 포항법원에서 재판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법원 건물이 흔들리며 우루루 거렸고,
법정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한동한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다 상황 파악을 한 뒤 법원 건물을 뛰쳐 나왔었다.
하지만 아무도 지진으로 직접적으로 죽지 않았다.
그런데, 서울 한복판에서 멀쩡히 길을 걸어가던 사람들이 150명이 넘게 죽었다.
지진이 난 것도, 허리케인이 온 것도, 태풍이 온 것도, 폭염 폭설이 온 것도 아니고, 우주에서 운석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심지어 교통사고가 난 것도 아닌데... 멀쩡히 길을 가던 사람들이 150명이 죽었단 말이다.
난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만약 20년 전의 나였다면,
지금 내가 지금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스무살 여대생이었다면,
10월 마지막 주 주말에 할로윈 축제로 가장 유명한 이태원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아니다.
나 역시 여느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혹은 남자친구와 재미있는 분장을 하고 그 곳에 갔을 것이다.
중간고사 기간도 끝난 주말이니 재밌는 구경을 가자며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이태원 역에 내렸겠지.
지하철 역에 이미 사람이 가득했겠지만 역을 나가면 괜찮겠지 하고 계단을 올라갔을 것이고, 이태원 거리에 진입하여 거리 위에서 사람들에게 떠밀려 다니며 어디에 들어갈까 친구들과 큰소리로 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너무 많으니 그만 다른 곳으로 갈까 생각을 했더라도 이태원 그 골목은 이미 원하는데로 위치를 옮겨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난 이태원 거리 위에 있을 수 밖에 없었겠지.
난 그 토요일 난 이태원 거리에 있었을 수 있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이번 이태원 참사에 대해 그 누구도 남의 일이라고 말할 수 없다.
대학생이었을,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직장이었을, 할로윈 가족 나들이를 나왔을, 나와 내 가족의 일이었을 수 있으니 말이다.
왜 그 사람 많은 곳에 놀러가서 그런 변을 당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말을 하고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지, 무식과 무공감이 창피하지는 않은지 되물어보고 싶어진다.
내게 일어날 수 있었던 참사가 지금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발생했고, 정부의 대처를 보면 참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스무살의 나도 10월 어느 날 이태원 거리 위에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유가족들과 함께 분노한다.
2013년 10월 어느 날, 둘째 출산을 앞두고 친구가 베이비 샤워를 해주었던 이태원 레스토랑
[글 빚는 변호사, 김세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