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번째 고양이 찬이
[찬이가 온 날]
반려동물은 개 밖에 없는 줄 알았던 나, 고양이를 키우는 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던 내가 매일 고양이를 데리고 출근하시는 동네 한 카페 사장님을 통해 고양이를 배웠고, 첫 번째 고양이 희봉이를 키운 지 일 년 반이 되어간다.
집엔 이미 시바견인 콩지가 있는 상태였기에 처음 키우는 고양이는 개와도 사람과도 잘 지내는 성격을 가졌다는 품종 고양이를 데려왔다. 아메리칸 숏헤어 품종의 희봉이.
서울의 한 펫샵에서 화물운송을 통해 우리 집으로 왔던 희봉이는 만 하루 만에 내 품에 안겨 잠을 잘 정도로 성격이 좋은 아이였다.
그렇게 희봉이를 키우며 큰 기쁨을 누리게 되었고, 고양이 한 마리를 더 입양해야겠다는 생각이 생겨났다.
고양이를 키우며 관심을 가져보니 세상엔 정말 많은 파양묘, 구조묘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버려지고 다친 고양이를 구조해 임시보호하거나 입양 보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구조된 길고양이를 데려와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던 차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구조되어 입양자를 구하고 있다는 한 치즈냥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 많은 피드 중에 왜였을까. 경기도에 사는 한 구조자가 길고양이 시절의 모습부터 구조하게 된 과정을 간단히 소개해놓은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본 찬이의 모습이 며칠 동안 눈에 밟혔고 그렇게 난 찬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했다.
입양을 신청하는 DM을 보냈고, 입양을 중개하는 절차에 따라 서른 문항이 넘는 신청서를 작성했다.
찬이 입양 문의가 없었냐고 물어보니 사람을 무서워하는 녀석이라 입양 문의가 전혀 없다고 했다. 이 말을 들으니 입양 결심이 더욱 확고해졌다.
직업을 밝혀야 하고 가족 동의를 받아야 하며, 집 구조와 다른 반려동물 사진도 보내야 하는 등 입양절차는 꽤 까다로웠다. 그렇게 입양 절차가 마무리되었고, 구조자가 반차를 낼 수 있다는 날짜를 알려왔다.
그렇게 구조자들의 차를 타고 임시보호처인 수원에서 우리 집까지 찬이가 왔다.
며칠 전부터 딸과 고양이 용품으로 꾸며둔 서재방에서 케이지 가방 문을 열자 찬이는 후다닥 나와 숨어버렸다.
원래는 장난도 많고 활달한 성격이었다는 찬이는 구조를 위해 포획당하고 매일 붙어 다니던 여동생 양이가 입양을 가 헤어지게 되면서 겁 많고 사람을 무서워하는 성격이 되었다고 한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몇 달 찬이는 서재방에서 혼자 지내며 우리 집에 적응하는 기간을 거칠 것이다.
찬이의 방엔 모래가 담긴 고양이 화장실, 숨숨집 두 개, 스크래쳐, 물그릇과 밥그릇, 숨어 놀 수 있는 바스락거리는 고양이용 커다란 종이봉투를 준비해 두었다.
그 밖에도 붙박이장과 책장, 서랍장 구석과 창틀 등 숨을 곳이 많은 방이니까 찬이 마음에 들 것이다.
지금 찬이는 서재방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보이지 않는다.
친해져보자, 치즈냥 김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