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의 봄
오늘은 오리가 얼마치 들어왔어?
수십년 간 당신 봄은 패딩으로 시작한다
산수유와 목련 치열하게 피어나면
오리털을 건조기에 넣는 일로 마무리한다
벚꽃 잎이 흩날리든 말든
부모님은 오리털을 두들기고
세탁소 집 딸에게 봄은 더 늦게 온다
모두의 패딩이 가게를 채우는 동안
나는 겨울의 때를 벗겨내지 않는다
패딩의 무게만큼 당신 봄이 짧아질 걸 알아
오늘은 오리가 얼마나 들어왔는지
엄마가 아빠에게 묻지 않을 때
내 옷장에 묻어 둔 겨울을 꺼낸다
긴 여름이 우리 앞에 있다
빠르게 멀어지는 철새 같은 봄
폭신한 옷들 사이 그 뒷모습이 저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