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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까리 Jul 06. 2021

경영층과 조직문화

조직 문화에 담당자가 있을까?


나는 회사에서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


회사 내 다른 직무를 경험하다가, 약 3년 전부터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3년의 경력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내 나름대로 조직문화에 대해서는 어디서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할 만큼 지난 3년의 기간 동안 정말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일했다. 그 결과로 회사에서도 인정받아, 사내/외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사내 연예인 타이틀과 더불어 외부 저널에 글을 작성하여 기고하기도 하였다. 뭐 그러니 앞으로 종종 풀게 될 조직 문화 이야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자기 자랑하는구나 정도로 귀엽게 봐주시면 좋겠다.


경영 방침과 조직문화의 관계에 대해서 좀 아쉬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정확히는 최고 경영층의 지침 사항이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업무의 최우선 순위를 차지하게 되는 회사에서 과연 '선진 문화'가 자리 잡기란 너무도 힘든 것은 아닌가에 대한 내 고민의 해답을 찾기 위하여 글을 쓴다.


개인적 소견으로 최고 경영층의 관심사, 지침, 방향을 때때로 우리는 너무나 낭비하고 있기에 긍정적 방향의 변화가 쉽지 않고 특히 '조직 문화'의 경우 극단적으로 퇴보한다고 느끼기도 한다. 경영층의 사고의 방향과 방법이 우수한지 아닌지를 논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말하고 싶은 것은 경영층의 어떤 일에 대한 방향 또는 지침이 얼마나 우습게 사용되고 정작 중요하게는 사용되지 못하고 있느냐이다.


가끔 회신 요청을 받는 내용이 있다. 항상 가장 긴급하게 회신을 요청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최고경영층이 구성원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고, 이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된 조치사항을 1~2일 이내에 회신해 달라고 요청한다. 회사 내 지원 조직에서 일하는 구성원 모두가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문화 조성을 위해 일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특히 문화 조직은 이를 위해 이미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해도 일단 무조건 조치사항을 적어 달라고 한다. 때로는 이 발언이 어떠한 맥락에서 나왔는지 물어봐도 아는 바가 없다고 한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것을 궁금해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가장 집중되는 것은 1~2일 내에 조치사항을 보고하는 것이다. 구성원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문화 조성을 원하는 최고경영층의 의견은 바로 한 단계를 넘어서자마자, 문화 조직 구성원마저 업무 몰입을 제로로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돌변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 6개월 전 회사 내 전사를 대상으로 변화관리 활동을 전개하는 문화 조직과 연구원을 대상으로 심화된 변화관리 활동을 전개하는 연구소 문화 조직이 존재했다. 전사 대비 연구소 문화 조직의 경우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이나 그 활동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으로 조직을 통합하여 운영하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회사에서 연구원에 대한 관심도가 날로 높아지고, 연구소 출신의 최고경영층이 부임함에 따라 연구원 충원과 더불어 연구소 지원조직의 강화가 다시금 조직 내 화두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발령과 조직 운영'을 책임지는 조직은 다시금 연구소에 조직문화 인력을 투입한다는 결론을 정리하였고, 이는 의사결정이 다 종료되고 난 후 '문화 조직'에 공유되었다. "한 명이 연구소로 가야 합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아도, 되돌아오는 답변은 '최고 경영층 생각이 그러하다'였다. 신임 CEO와 전사를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며 들었던 "경영층은 각 업무를 담당하는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하며 의사결정해야 합니다."와는 다른 결과에 자조적 웃음이 새어 나왔다.


결국은 1~2일 내로 하던 업무를 정리하여 공유하여 전달하였고, 근무지를 옮겨 새롭게 연구원을 대상으로 그들만의 업무 몰입을 도울 활동들을 고민하고 있다. 스스로 최고경영층의 뜻을 잘 이해하고 앞으로 업무에 반영하자는 생각으로 일을 한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계속 이런 식으로 일하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사람, 조직, 그리고 어쩌면 이 시스템 자체가 최고경영층 방향성 자체를 망가트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들이 혹여 곁에 문화 조직을 두고 있다면, 부디 그들과 더 많이 더 자주 소통하시고 이야기를 나눠 주셨으면 한다.

'문화'라는 것이 정형화될 수 없기에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회사의 방침에 맞춰서 업무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그들에게는 납득하기 힘든 지시사항들이 무엇보다 그들의 업무 몰입을, 동기 부여를 상실하게 한다는 것을 부디 명심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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