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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까리 Jul 23. 2021

재택근무와 조직문화

경영층도 재택이 필요할까?


                    

빅테크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재택근무 종료' 관련 군불을 떼고 있다.                 

팀 쿡 애플 대표(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9월부턴 사무실로 복귀하고 1주일에 3일은 출근해야한다"고 공지했다. 수요일과 금요일은 원격 또는 재택근무를 하고 월·화·목요일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식이다. 쿡 대표는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한 것에 대한 이유로 "협업을 위한 시간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구글도 3일 출근, 2일 재택 또는 원격 근무하는 '하이브리드 체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직원들에게 "사무실을 다시 열면 직원의 20%는 재택근무를, 또 다른 20%는 근무 부서가 아닌 다른 지역 사무실에서 원격근무를 할 수 있다"며 "60%는 사무실로 출근해야할 것"이라고 알렸다. 아마존 등도 '주 3일 의무 출근' 제도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 한국경제_코로나에 직원들 없는데…'방범 로봇'이 지키는 빅테크기업 [실리콘밸리나우] 중 발췌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연일 1,000명 이상을 이어나가며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사 또한 그간 시행하던 재택근무제를 팀별 하루 70% 이상 재택근무 실시를 권고하며 더욱 강력히 제도 사용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 최근 재택인원이 증가와 집의 느린 인터넷 속도로 인해 원격 접속을 통한 업무에 잦은 끊김이 발생하여, 가급적 재택보다는 출근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편했다.  


"매니저님도 더 많이 재택근무를 사용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은 재택 안 하시나요?"

"저는 회의가 많은 화요일에 재택 할 예정이고, 나머지는 업무가 많아 출근할 예정입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언뜻 보면 별다른 이상한 점 없이 팀장님과 재택근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로서는 팀장님의 업무가 많아 출근한다는 표현이 왜인지 모르게 씁쓸한 여운이 남았다. 대화 이후 문득 무엇에 홀린 듯이 사내 메신저를 켜 회사 내 임원분들의 재택근무 현황을 확인했다.


국내 약 80여 명의 임원분 중 3일간 재택근무를 사용하신 분은 단 한 분이였다.  


사실 아직 조직을 관리하는 장의 입장을 경험하지 않은 나로서는 그 자리의 업무가 재택이 업무에 지장을 주는 부분이 많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더 나은 조직문화를 위해 변화관리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내 관점에서는 지침과는 사뭇 다른 이런 예외가 불편하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물론, 모든 일에는 불가피한 예외가 존재할 수 있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에도 자주 언급되는 것과 같이 사전에 공유되거나 동의없는 예외는 항상 부정적 목소리와 함께 분란을 만들기 쉽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지향한다는 구성원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우리는 아직 구성원 대신 임직원을, 공유 대신 보고라는 표현을 너무나도 쉽게 사용한다. 조직의 관리자가 재택 근무를 시도하지 않거나, 재택근무를 통해 불편함과 비효율을 경험했다고 한다면 구성원이 재택근무를 통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되었다는 말을 어떻게 진심으로 믿게 할 수 있을지도 진심으로 고민되는 부분이다. 


우리는 재택근무를 경험했고, 몇몇 구성원은 재택근무를 통해 업무 능률 향상을 경험했다. 이는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도 재택근무 없던 전과 동일한 근무 형태로 유지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재택이 완전하게 또 하나의 일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 조직 차원의 지침과 권고보다는 모든 구성원의 의식변화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의 보완을 통한 쾌적한 인프라 구성과 더불어 업무의 결과로 말하고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문화가 더욱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회사의 재택 권고 안내를 보며, 구성원의 안전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회사의 걱정이 담겨 참 감사하고 따뜻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리더의 자발적 참여와 솔선수범한 모습이 함께 보였다면 구성원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더불어 더욱 재택근무를 정착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P.S)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마저 9월 이후 다시 출근을 강제하고자 하려는 경영층의 발언을 보면, 모든 회사가 고민이 많은 점은 비슷한 것 같다. 옛말과 같이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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