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고민만 쌓여가는 일상
내일 쓸래... 하고 미뤄두던 브런치가 어느덧 보름 넘게 그대로이다.
딱히 바쁜 일 없이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흐르는 시간에 대한 초조함만 느낀 채로 그렇게 숨을 쉬었다.
대다수가 공감하는 요즘의 트렌드(?)가 아닐까? 이제는 익숙해질 법한 코로나라는 녀석은 전국적으로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하자, 마치 본인을 잊지 말라고 애원하듯 예전보다 더욱 확산세를 펼치고 있다. 티비에 몇몇 용자들이 몰래 모임을 가지다 결국 모자이크된 얼굴로 등장할 때, 대체 저들은 어떻게 저렇게 모일 수 있을까 신기한 마음에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찾아보지만 역시 내 핸드폰은 조용할 뿐이다. 물론 기회가 있다고 해도 범법적 행위를 하겠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무료함을 타파하기 위해 한산한 동네로 몇 차례 여행을 다녔다. 하지만 비수도권의 확산세 또한 무섭게 증가하는 요즘, 사람들과 접촉을 최소화하고 차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다 보니 여행 또한 재미가 없다.
게임이라도 하면 좀 낫다는 친구의 말에, 십여년 만에 다시 설치까지 하고 접속했지만 큰 흥미를 못 느끼고 다시 지웠다. (그래도 그 몇 시간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강한 몰입감이었다.)
최근 '생경함'을 느낄 수 있는 방법에 많은 제약이 붙다 보니, 가능하다면 일년정도 해외에서 발길 닿는 대로 여행하며 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시간도 점점 빨리 지나간다. 왜 그런지 아직 정확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 예년보다 일할 때 집중하는 시간과 집중도는 좋아진 것을 보면 체력적인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멍하게 사유하는 시간이 늘었다. 특정 테마에 대해 고민하다가도 이내 생각의 시작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멍한 상태를 유지하곤 한다. 분명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몸 또한 특별히 아픈 곳 없이 평안한데 이따금 불안감을 느낀다.
시간의 빠름도 찾아오는 불안감도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른다. 그저 시간이 약이 되는 것이 두렵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확연하게 늘었다. 자연스럽게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 이번 기회에 못다한 효도라도 해봐야지 마음먹지만 쉽지 않다. 쏟아지는 잔소리는 견뎌내며, 함께 밥이라도 먹으려고 식탁 앞에 앉으면 그간 적립해둔 서운한 일들을 털어놓기 바쁘시다. 그간 너무나 무심했구나 싶다가도, 연일 계속되는 부모와 자식도 30년 이상 붙어살면 이제는 거리가 필요하다는 합의된 결론이 도출될 때마다 씁쓸하고 작은 안도감을 느낀다.
최근 명장면으로 다시 본 드라마 대사들이 마음에 한켠에 내려앉아 여기 남겨 둔다.
"꿈을 잊었다고 꿈이 꿈이 아니게 되는건 아니라는 것."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길이 길이 아닌건 아니라는 것."
"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지상에 난 길과 같다."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