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고민만 쌓여가는 일상
'오마카세'
원래는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이지만, 요즘에는 손님이 주방장님께 메뉴를 맡기고 그때그때 식재료에 맞춰 요리를 제공해주는 식당으로 더욱 유명하다. 최근 일식을 비롯해서 양식, 한식 나아가 소고기까지 이 '오마카세'라는 방법으로 음식을 대접해주는 곳이 늘고 있다. 주변 친구들의 증언에 의하면 각자 다녀온 음식점은 달라도 일단 '오마카세'가 붙은 음식점을 나쁘게 표현한 적이 없었기에 나도 그 맛이 항상 궁금했다. 그러던 중 최근 주변의 경사를 빌미로 드디어 '그' 음식점을 접하게 되었다. 큰 접시에 티스푼으로 음식을 담아 접시의 아름다움을 한껏 강조한 여러 음식의 향연을 즐기고 나오니, 왜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식당의 분위기, 접하기 힘든 여러 종류의 음식,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알찬 구성으로 외국 영화에서 보던 상류층이 된듯한 느낌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내 선택 없이 많은 요리를 맛보며 대체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동반하는 게 최근에 '이' 음식점이 사랑받는 이유라고 본다.
'결정 장애'
'장애'라는 단어는 다들 사용하기 전에 한 번쯤 더 생각할 만큼 조심스럽게 대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결정이라는 단어와 함께 사용하게 될 경우 그 느낌이 급격히 편해지며 선택의 힘듦을 호소할 때 종종 사용하게 된다. '결정 장애'라는 단어의 기원(?)이 너무 궁금하여 찾아보니 12년에 독일 저널리스트의 에세이를 시작으로 한국 또한 13년 기사 제목으로 '결정 장애'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니 약 10년 정도 살아오신 신조어 계의 할아버지쯤은 되시겠다. 이미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통해 '왜 우리가 이토록 많이 사용하게 되는지'는 분석되어 충분히 공감하지만 나는 어쩐지 나 자신을 낮게 평가하는 것만 같아 '그'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이 불편하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많은 양의 정보 속에 노출되고 있다. 매 순간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리고 살아가는 삶 속에서 굳이 특정 안건의 결정이 힘든 상황을 '장애'로 분류하기보다 '다 좋아', '상관없어' 정도의 표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말처럼 무심코 쓰게 되는 이 단어로 인해 실제로 주변에서 점점 더 증상이 커질까 걱정이 앞서 적어도 그들에게 식사 메뉴 중 '오마카세'라는 모두가 만족하는 선택지를 권하고 싶다.
P.S 오마카세는 대체로 가격이 비싸다 보니, 단일 메뉴만을 파는 가게나 노포점 혹은 연륜 있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에선 사장님께 '사장님 여기 뭐가 잘 나가요?'라고 물으면 이미 내 눈앞에 제공된 한 끼 식사를 흔히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