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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영 Aug 02. 2020

아카시아 껌을 사랑한 톱배우

연예인 갑질

최근 언론을 통해 유명 연예인의 매니저 갑질 사례가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연예기사는 내가 경험한 언론과 거리가 멀지만 지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만큼 기삿거리가 넘친다. 내가 다니던 상암동 회사 바로 옆에 근무하는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들은 일화다. 때는 2016년 마마 공연이 이뤄진 홍콩에 국내 아이돌과 최고의 연기자들이 초대됐다. 공연을 주관한 방송사는 연예인들의 항공권(유명세와 인기에 따라 비즈니스석과 일등석으로 지급)과 호텔(대형 기획사의 경우 한 층을 통째로 제공) 숙박을 지원했다. 문제는 시상에 나설 한 국내 정상 톱배우 A가 갑자기 난데없이 껌 타령을 해서 논란이 일었다. 당장 자신에게 아카시아 껌을 가져오지 않으면 무대에 오르지 않겠다며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행사 시작을 얼마 앞두지 않고 여섯 살 어린이나 할 법한 어리광에 회사 직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홍콩에서 당장 어디서 아카시아 껌을 구한단 말인가. 당 피디는 해당 배우에게 하소연했지만 A의 고집은 완강했다. 결국 피디가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아카시아 껌을 공수해왔고 행사시간에 맞춰 배우에게 껌을 전달하기 위해 헬기까지 뜨는 007 작전이 홍콩에서 벌어졌다. 톱배우의 까다로운 껌 취향에 정해진 행사 진행 순서까지 수정돼야 했고 그의 등장을 불과 몇십 분을 앞두고 껌 전달다. 배우는 맛있게 껌 하나를 씹으며 행사장으로 향했고 하얀 피부와 온화한 미소로 그를 보며 열광하는 아시아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무사히 시상을 마쳤다는 후문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같은 이 사건으로 인해 담당 피디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결국 병원 신세까지 져야 했다고 한다.


그가 사랑했던 아카시아 껌


이번엔 껌이 아닌 김밥이 문제였다. 이미 국내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를 해외에 팔 땐 출연 배우들이 현지에 가서 프로모션 활동을 한다. 국내 케이블 방송사에서 제작한 한 드라마가 일본 시장에 팔렸는데 현지 프로모션 활동에 필요한 화보 제작이 한남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제목이 특이한 탓에 나 역시 그 드라마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국내에서 그다지 흥행하지 못한 드라마였다. 방송사 측은 배우들의 점심을 위해 꽤 퀄리티가 좋은 도시락을 준비했다. 그런데 드라마 남자 주인공 B가 도시락을 보며 불만을 터뜨렸다. 자신은 김밥을 먹고 싶다며 당장 김밥을 자기 앞에 대령하라고 지시한 거였다. 막내 직원이었던 지인은 허겁지겁 밖으로 달려 나가 김밥 세 줄을 구해왔다. 김밥을 본 B는 고함쳤다.


"야! XX 나보고 지금 이거 먹으라는 거야?"


지인은 평소 온화하고 겸손한 이미지의 배우 B가 던진 상스러운 한마디에 몸이 얼어붙어 어쩔 줄 몰랐다고 했다. 그러자 B의 매니저가 지인을 부른 뒤 그가 프리미엄 김밥을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단다. 지인은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제법 비싼 프리미엄 김밥 5종을 사서 다시 돌아왔다. 배우의 대답은 또 한 번 기가 찼다. 그는 김밥이 올려진 테이블을 발로 차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원하는 게 없네. 안 먹어."


화가 난 지인은 프랜차이즈에서 판매하는 김밥 30개를 사들고 다시 나타났다. 그제야 B는 김밥 하나를 골라 먹었는데 그가 고른 건 김밥천X에서 판매하는 가장 저렴한 김밥이었다. 속상했던 지인은 유명 남자 배우 B에게 자신이 방송국 직원이란 사실을 밝혔다. 그러자 B는 지인이 외주사에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직원인 줄 알았다며 사과했다고 했다. 외주사 직원에겐 갑질 부려도 되고 방송국 직원에겐 예의를 갖춰 조심했어야 한단 말인가. 데뷔 전 모 여대 앞에서 분식집을 운영했던 그가 김밥 맛을 못 잊는 모양이다. 취향이 독특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껌과 김밥은 직접 좀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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