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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Aug 31. 2023

산책길에서 만난 바이킹 할아버지

행복의 알록달록 보자기가 고된 삶을 에워싸기를 바란다.

 어릴 때 난 외가가 있는 부산에서 살았다. 할머니는 쌀가게를 하셨는데 가게 앞은 좀 넓은 비탈진 언덕길이었다. 여름이면 가게 앞에 놓인 평상에서 사촌들과 수박을 먹으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놀이공원이 가기가 요즘처럼 쉅지 않건 그 시절 ‘리어카 말타기’는 흥미있는 놀이기구였다. 리어카를 개조해서 말 모양 인형 4개 정도를 올려놓은 놀이기구였다. 한 번에 몇 백 원 정도였던 것 같다. 외가집 앞 그 언던길에서 탔던 그 리어카 말의 재미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요즘도 아웃렛 등에 가면 회전목마나 기차를 태워 달라고 초등학생 둘째 아이가 조르는 걸 보면 아이들은 그런 잔잔한 움직임의 놀이기구도 재미진가 보다.



수동 놀이기구도 업그레이되어 자동놀이기구도 등장했다. 이번엔 트럭에 놓인 전기로 움직이는 ‘소형 바이킹’이다. 오래전 회사에서 어린이날 행사로 바이킹을 회사 앞에 설치하여 큰 아이가 탔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내가 산책하는 공원에서 바이킹 놀이기구를 다시 보았다.


바이킹은 놀이기구의 연식을 감추려는 것인지, 혹은 아이들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끌려는 것인지 왠지 어색해 보이는 조명으로 한껏 치장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놀이기구보다 내 눈길을 끈 건 화려한 조명도 아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아니었다.


놀이기구를 힘겹게 작동하시는 할아버지가 눈에 들어왔다.


할아버지는 지금보다 젊었던 시절 그 바이킹을 마련하셔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나이가 들어가셨을 것이다. 지금은 할아버지 나이만큼이나 세월이 지나  낡아버린 그 바이킹엔 많은 아이들이 모여들지는 않았다. 몇몇 엄마를 졸라 타는 어린아이들만 보였다. 장사가 잘 되셨다면 그 바이킹을 자주 보았겠지만, 이틀 정도 후엔 더 이상 그 바이킹은 공원에서 보지는 못했다.


 무척이나 무더웠던 그 어느 여름날, 할아버지 바이킹은 주인인 할아버지처럼 힘겹게 작동을 마쳤다.

 늦은 저녁 아이들도 돌아가고 바이킹의 불도 꺼졌다. 할아버지는 조용히 한편에 않으셔서 미처 드시지 못한 늦은 저녁 도시락을 드시고 계셨다. 아이들이 줄을 서서 바쁘셔서 식사하실 시간이 없으셨다면 좋으련만, 마땅히 저녁을 드실 시간도 장소도 없으셨던 것 같다. 아니면, 그런 늦은 저녁 도시락이 일상일 수도 있으셨을 것이다.


다만, 그 할아버지 바이킹이 그분의 생계가 달린 일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냥 집에 있기 적적하셔서 소일 삼아 나오신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할아버지의 바이킹이 고된 삶이 아니라 아이들의 웃음이 묻어 있는 추억이기를 바란다. 사실 삶이 힘든 일의 연속이지만,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이 고된 삶을 잘 싸줄 수 있는 커다란 보자기였으면 좋겠다. 고됨이 없어지진 않지만 그 알록달록한 행복의 보자기로 인하여 웃을 수 있는 삶이기를 바란다.


오늘도 할아버지는 어느 아이들이 많은 곳에서 바이킹을 운전하고 있으시겠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바이킹이 더 힘차게 흔들리기를 바란다. 깔깔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할아버지의 굽으신 허리도 굵은 주름도 편안한 모습이 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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